이재명 방탄 당헌·당규 개정 시도 반발 "차떼기당보다 못하게 돼"

조현호 기자 2022. 8. 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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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기소시 직무정지' 조항 삭제
'윤리위 아닌 최고위원 결정, 최종 당원투표로' 청원 6만8800명 넘어
"사당화 우려, 부정부패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는 것 반대"
이재명 초반 대구강원제주인천 권리당원 압승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거 초반 일부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에서 74%가 넘는 압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내에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로 보이는 당원들이 '부정부패 기소된 자를 직무정지'하는 당헌당규 조항을 삭제하려고 청원하고 나서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부정부패를 막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됐을 때를 위해 뜯어고치겠다는 '사당화'로 가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떼기 정당'(국민의힘) 보다 못한 당헌당규체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원 조아무개씨가 지난 1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올린 '당헌·당규 개정요청' 글에 청원동의가 7일 오후 7시40분 현재 6만8800명을 넘어섰다. 당원인 사람이 로그인을 통해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를 입력해 인증번호를 받으면 동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 당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들과 당원동지들을 위해 당헌·당규 제9장 윤리심판원 제80조의 개정을 요구한다”며 “이 조항을 보면 당내 선출직은 유무죄 판단 없이 기소가 되면 바로 자격이 없어진다고 되어있다 …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한 기소가 진행될 것임은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사정 정국이 예상되는 바, 민주당 의원 모두와 당원 동지들을 위해서는 해당 당헌·당규는 변경 또는 삭제 되어야 함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윤리위원회가 아닌 최고의원들이 결정하고 △최고위원과 윤리위 의결 후 최종 결정은 당원 투표로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80조(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의 제1항은 당 사무총장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항은 이 가운데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인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윤리심판원이 취소결정을 할 수 있는데도 이를 최고위원들이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후보 방탄을 위한 개정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된 뒤에도 각종 의혹 관련 검찰의 기소가 될 경우 이 후보에 우호적인 최고위원들로 구성된 최고위가 직무정지를 저지할 수 있도록 제도 자체도 뜯어고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재명 후보와 함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박용진 의원은 연일 사당화 시도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박용진 후보는 7일 제주합동연설회에서 이 당헌·당규 폐지 움직임을 두고 “차떼기 정당의 후신보다 못한 당헌을 만들면 안 된다”며 “특히나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된다면 그야 말로 민주당은 사당화 되는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얼굴엔 웃음꽃이 필 것이고, 민주당은 스스로 또 다른 패배로 빠져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당의 정신이 흔들려서는 안 되고, 당의 근본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박 후보는 지난 6일 대구합동연설회에서도 “나만 살고 당은 죽는다는 자생당사의 노선이 아니라 사당화의 노선이 아니라 선당후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당헌 제80조 개정하자고 하는 주장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국민의 힘에도 그 조항은 있다”며 “우리 민주당보다 더 디테일하게 그 조항이 짜여져 있다. 부정부패와 결연히 맞서왔던 우리 민주당의 근간이고 민주당의 정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혹여라도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한 잘못된 사당화 노선을 표현하는 거라면 더더욱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당 대표 경선 중인 강훈식 의원도 우려하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강훈식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시점과 맥락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전당대회 직전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원이 지난 1일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올린 당헌당규 개정 청원 글의 8일 현재 청원동의 상태. 사진=더불어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

강 후보는 검찰의 정치 개입이나 야당 탄압 가능성을 들어 당원의 청원 내용이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최고위원회 의결'로 직무정지를 해제하게 되면, 그때마다 우리 당이 '셀프 면책'을 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신 강 후보는 부정부패 검찰 기소가 아닌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당대표 초반 대구강원제주인천 권리당원 선거 이재명 74% 압도

한편,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 초반 일부 지역 당원 투표에서 7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 도종환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제5차 정기 전국 대의원대회 및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와 인천특별광역시 권리당원 투표 및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권리당원 선거는 선거인단 3만1445명 중 유효 투표자수 9001명으로 투표율이 28,62%였고, 인천광역시의 경우 권리당원 선거인단 3만6873명 중 유표 투표자 1만5214명으로 투표율이 41.26%였다.

제주특별자치도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 6344표(70.48%), 박용진 후보 2024표(22.49%), 강훈식 후보 633표(7.03%)였고, 인천 권리당원 투표결과도 이재명 1만1472표(75.40%), 박용진 3149표(20.70%), 강훈식 593표(3.90%)였다.

이에 따라 전날 대구 강원 권리당원 투표에 이어 이날 제주 인천 권리당원 투표를 합산한 누적 권리당원 득표 순위는 이재명 74.15%(3만3344표), 박용진 20.88%(9388표), 강훈식 4.98%(2239표)로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는 7일 백브리핑에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아직도 개표 초반이고, 특히 권리당원 외에 대의원 투표,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있어 결과 낙관하지는 않는다. 과분한 지지 감사하다”고 밝혔다.

박용진 후보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의 이재명 후보가 앞서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주 국민 여론조사 부울경 지역, 충청 지역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당원들의 투표 참여가 높지 않아 여러 우려가 있다. 투표 포기 하지 말고 '허무한 안방 대세론'이 아닌 민주당 새로운 변화와 전당대회 대이변 만들기 위해 꼭 투표 참여해주기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을 보여 달라, 전당대회 이변을 만들어 달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증기처럼 가득한 당원들의 간절함이 있다. 그 기폭제가 중의 하나가 단일화라고 생각한다. 아직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훈식 후보는 백브리핑에서 “단일화가 본질은 아니다”라며 “다음주 영남권 충청권 돌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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