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이름 가린 징계서류, 가해자 방어권 침해 아냐"

이지안 2022. 8. 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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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이미 알고 있다면 징계 서류 등에서 피해자 이름이나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아도 가해자의 방어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비위의 경우 징계대상자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행위의 일시·장소·상대방 등이 특정돼야 함이 원칙이지만, 각 징계 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이를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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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장소·대상자 특정 가능
피해자 신원 공개 신중해야"

성비위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이미 알고 있다면 징계 서류 등에서 피해자 이름이나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아도 가해자의 방어권 침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직 검찰수사관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A씨가 승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여성 사무원·수사관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당행위 등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2019년 해임됐다. A씨는 회식 자리에서 “요즘 B 수사관이 나를 좋아해서 저렇게 꾸미고 오는 것” 등의 발언을 하고, 술에 취해 당직실을 찾아가 술을 마시며 욕설·흡연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해임은 과도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패소로 판결했으나, 2심은 “해임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 재판부는 징계 서류에 피해자 실명이 지워져 있거나, 영문자로 대체되는 등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생겼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방어권 침해로 볼 수 없다”며 2심 판단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성비위의 경우 징계대상자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행위의 일시·장소·상대방 등이 특정돼야 함이 원칙이지만, 각 징계 사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 있고 징계대상자가 징계사유의 구체적 내용과 피해자를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어도 이를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성희롱 피해자의 경우 2차 피해 등의 우려가 있어 실명 등 구체적 인적사항 공개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A씨가 퇴직 피해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로부터 탄원서를 받아 제출한 점을 보면 각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징계 서류에 실명이 기재되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 요청에 따른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2심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로 등장하는 동료들이 누군지 알고 있으며,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죄하고 탄원서 등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성비위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 방어권’이 충돌할 때는, 2차 피해 등을 고려해 방어권 침해 여부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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