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칼럼] '노조 공화국' 판 깔아준 윤석열 정부

2022. 8. 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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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총괄부국장 겸 금융부동산부장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이 월급이 적다며 파업을 벌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쯤으로 여길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그렇다.

시중은행들과 산업은행 등이 속한 금융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 근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 대표인 금융산업협의회가 난색을 보이자 오는 19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가결될 경우 다음달 16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 장사로 엄청난 수익을 낸 시중은행과 망할 걱정 따윈 해본 적이 없는 국책은행이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총파업을 위협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노조 공화국'이다. 단순한 노조가 아니라 정치 투쟁을 일삼는 '정치노조 공화국'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김대중 정부때만 하더라도 국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에 동의할 줄 알았던 노조가 정치 구호를 앞세워 이득만 챙기는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국노총 산하인 금융노조는 강령으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불평등한 사회구조의 타파' 등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자본과 반노동자 권력에 대한 투쟁을 통해 국가제도 및 정책에 적극 개입하여 금융산업의 민주화와 국민경제의 균형된 발전을 이룩한다"는 게 강령 제2조다.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단체인지, 마르크스·레닌적 계급이론으로 무장한 정치집단인지 헷갈릴 정도다.

민노총이 '8.15 노동자 대회'를 연다며 홈페이지에 올린 슬로건을 보자. "이 땅은 미국의 전쟁기지가 아니다!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전쟁반대!" 흡사 북한 선전부서가 외치는 구호처럼 들린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출범 100일도 채 안돼 24%로 추락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공정과 상식'을 가로막고, 정치 투쟁을 일삼는 집단에 대해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관대하게 대한 영향도 크다. 지난 6월 민노총 소속 화물연대의 파업에 힘없이 물러섰으며, 민노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51일간 조선소 점거 농성도 미봉책으로 봉합했다.

화물연대는 현재도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하이트진로 공장의 소주와 맥주 출고를 가로막고 있다. 민노총 현대제철 지회는 '특별 공로금'을 달라며 3개월 넘게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 중이다. 민노총은 자기 조합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를 채용하라며 건설 공사를 방해하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이 모두가 불법이다. 그런데도 윤 정부는 공권력을 행사할 엄두를 못낸다.

윤 정부는 심지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고쳐 공공기관의 비상임이사 중 한 자리는 의무적으로 노동이사로 채우도록 했다. 한전, LH 등 130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길을 보장한 셈이다. 공기업은 지금도 노조가 좌지우지한다. 3년 임기의 사장은 '외부 손님'에 불과하고, 노조가 경영은 물론 임직원 인사에까지 간여하는 곳이 많다. 이런 와중에 노동이사제까지 강제한다니 그야말로 정부가 앞장서 노조 공화국을 만들어주는 꼴이다.

국민들이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권이 정의와 공정을 앞세웠지만 본질은 '계급이론'에 근거해 우리 사회를 편가르고 갈등을 키웠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런 '위장된 정의'를 깨뜨리고 정상사회로 만들어주길 바랐다.

윤 대통령에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노조의 권력을 강화시켜주고, 은행 팔을 비틀어 투자에 실패한 청년층의 대출 이자까지 지원하는 것이 시장경제인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요체는 '자율과 책임'이다.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게끔 자유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스스로 지게 하는 것이다.

1980년대 사회주의 국가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은 "국가가 할 일은 국민들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는 1970년대 탄광 노조와의 기나긴 싸움에서 승리해 '영국병'을 고쳤다. 국민들의 머리속에 '이럴려고 국민의힘을 찍어줬나'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방향과 방법, 스타일을 다시 짜야 한다.

총괄부국장 겸 금융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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