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폐지도 '선발표, 후논의'에 거센 반발..사퇴론 비등에 '자중모드' 박순애

김경준 2022. 8. 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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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외고 폐지 반발로 옮겨붙었다.

지난 1일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외고 폐지 검토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인수위에서 학생들의 교육선택권 보장을 강조했음에도, 토론이나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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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연령 만 5세 하향에 외고 폐지까지 '역풍'
외고 학부모들 자진 사퇴 촉구까지
'입만 열면 논란' 비판 속 공개 일정 취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외고 폐지 반발로 옮겨붙었다. 전국의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은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혔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두 사안 모두 의견 수렴 전 정책부터 발표한 '박 부총리의 입'이 화근이 됐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판단이다. 말만 하면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에 박 부총리는 지난 4일 이후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자중 모드'에 들어갔다.


자료에도 없던 외고 폐지, 불쑥 발표해 논란 자초

7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부총리가 학제개편안에 이어 또 역풍을 맞게 된 것도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관련 브리핑 때문이다. 당시 박 부총리는 "특목고인 외고는 존치하기보다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해서 특수목적을 갖는 형식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 학부모와 논의를 거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고 폐지 계획은 당초 교육부가 배포한 업무보고 내용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박 부총리가 불쑥 먼저 거론하면서 불씨를 지핀 셈이다.

예상치 못한 깜짝 발표에 이해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다양한 학교유형을 마련하는 고교체제 개편'이 담겨 있어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외고도 존치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외고 폐지 정책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외고 폐지 검토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인수위에서 학생들의 교육선택권 보장을 강조했음에도, 토론이나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5일에는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졸속 행정"이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순애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반발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를 통해 "외고는 외국어교과 특성화학교로 전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정책연구, 토론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유·초·중등학교와 대학 분야 2학기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세종=뉴스1

현장 행보 잇따라 취소…"국회 상임위 회의 준비 집중"

교육계 안팎에선 박 부총리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연이어 성급하게 거론하면서 반발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박 부총리는 만 5세가 3개월씩 입학을 앞당겨 4년에 걸쳐 정책을 안착하는 학제개편 방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일자 "1개월씩 12년에 걸쳐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해 '입만 열면 논란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외고 폐지 역시 자료에도 없던 내용임에도 불쑥 내뱉어 스스로 논란을 만든 형국이다.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박 부총리는 '자중모드'로 전환했다. 지난 4일 2학기 학사 운영 브리핑에서 '불통' 지적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취임 후 활발했던 현장 행보도 잇따라 취소했다. 같은 날 참석 예정이었던 국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책 토론회에는 장상윤 차관이 대신 갔다. 5일 유치원 현장 방문도 취소됐다.

교육계에서는 박 부총리가 최근 '만 5세 입학' 논란 때문에 언론 접촉을 피하고자 공개 일정을 취소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참모진에게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개 발언 자체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9일 첫 국회 교육위원회 상임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그간 자료요청이 많이 들어왔고 질의도 많을 것으로 보여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안과 관련해 정리가 다 되면 언론과도 다시 소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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