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묘수룰 찾을 건가

박영서 2022. 8. 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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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한국에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신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종전까지 최악이라고 여겨졌던 한일관계가 개선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취임한 지 1년이 넘는 한국의 주일대사를 접견하지 않았던 일본정부의 외무대신과 총리가 윤 대통령이 취임 전에 보낸 '한일정책협의대표단'과의 만남에 응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신정부에서의 한일관계에 대한 전망은 취임 2개월이 지난 7월초에 있어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의 두 가지로 나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낙관론은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 및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긍정론이고, 비관론은 현재 진행중인 한일관계의 갈등이 결코 한, 두 가지의 단순한 요인이 아닌, 매우 다양하고도 복잡한 요인들에 의한 것이어서 쉽사리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이라고 하겠다.

낙관론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리더의 교체에 의해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긍정론이라고 하겠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그 동안의 경색국면이 리더십의 부재와 신뢰부족이라는 요인들에 기인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직된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내외적으로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었고, 그 뿐만이 아니라 그에 역행된 움직임들이 있어서 신뢰의 문제가 제기됐던 것이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피해자중심주의와 그에 기초한 '투트랙' 접근법은 2015년의 위안부합의를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는 못했지만, '화해와 치유 재단'의 해체에서 보듯이 실질적으로는 파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관련 원고승소판결에 대해서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방관적 자세를 보였는데, 뒤늦게 제시한 '1+1'안은 일본 정부가 이미 거부한 내용이어서 정부의 무대응 및 방관적 자세를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정부의 이러한 무대응 및 방관적 자세는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의원이 각기 별도로 제시한 대위변제안들에 대해서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막을 내렸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결국 문재인 정부 하의 대일정책은 피해자중심주의에 기초한 '투트랙' 접근법과 그에 따른 무대응 및 방관적 자세가 갈등적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달리 말하면 한일관계의 개선에 있어서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리더십 발휘가 요청되는 소이라고 하겠고, 낙관론에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관계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하겠다.

특히 낙관론에서 주목하는 것은 관계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가 국제관계를 보는 한일 양국의 시각차이를 좁힐 수 있는 국제정세인식과 함께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각오와 함께,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자세를 가져올 것이지만, 그동안 일본이 한국에 제기한 친북, 친중적 의구심을 떨치고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파트너 국가간 관계로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 표명에 대해 일본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것도 낙관론의 타당성이 제시되는 배경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마쓰노 관방장관은 윤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하고 축하하면서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임을 밝혔고, 공영방송인 NHK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서 '정치경험이 부족한 윤 대통령이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할 지가 관건'이라면서도 관계개선에의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에 신중론 및 비관론은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일관계에 가로놓여 있는 과제들이 결코 단순하지 않고 매우 복잡한 문제들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그 난맥상을 제기한다. 이러한 난맥상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한일관계의 제쟁점이 더 이상 한일 양국의 정부에 의한 협의만으로 타결될 수 없는, 서로 연계된 중층적, 또는 구조적 문제가 되었다는 점이 제기된다.

해방 후 이제까지의 한일관계를 돌아볼 때, 양국 사이에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 예를 들어 영토와 관련된 독도문제나 역사인식의 차이에 의한 교과서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항상 존재했기에 갈등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갈등의 시기가 간헐적인 시기에 국한된 것은 그러한 갈등을 최대한 자제하려는 양국의 노력, 달리 말하면 소위 말하는 '정경분리'의 지침을 양국이 최대한 공히 따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최근 들어서, 특히 지난 10여년 사이에 흔들리게 된 데에는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한일 간의 경제적 격차 축소와 한국의 자신감 상승, 그리고 한국의 민주화 등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민주화는 냉전의 붕괴라는 국제정세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진보세력에 의한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이는 한일관계에서 두 가지의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북한 및 중국에 대한 정책이 종전의 강경책에서 유화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 한국의 외교에 있어서 일본의 위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상대적으로 약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후자인 일본의 위상 약화는 기존의 통일 및 한반도평화에 대한 염원과 반일감정을 적절히 뒤섞은 진보세력의 포퓰리즘적(대중주의적) 동원전략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관계의 관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통일 및 한반도평화라는 대명제 하에서는 보수든 진보든 대북적대시정책에서 대북유화정책으로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는 정권유지라는 정치적 필요에 의한 대중주의적 동원에 있어서 비판의 표적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민주화 이후 발생한 한국에서의 남남갈등도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통일전선을 이룬다는 것이다.

위안부문제의 갈등과정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위안부문제는 수년에 걸쳐 한일 양국의 정부가 타협점을 찾고자 노력한 과제였고, 그 타결점 중의 하나가 '2015년 위안부 합의'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는 국내에서의 '친일'논란을 회피하고자 일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합의에 나선 것은 경색된 양국관계가 경제나 외교안보의 측면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적 측면에서는 관계개선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위 끝에 만들어진 합의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의해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파기의 수순을 밟게 되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결국엔 2021년 1월의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2015년의 합의가 한일 양국의 공식적 합의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부정되지 못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파기된 '위안부 합의'의 위상이 한일관계의 개선이 안고 있는 구조적 어려움을 잘 대변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개선되기까지 난항을 예상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일본의 대응이 예전같지 않게 강경하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현안인 위안부문제나 징용자문제에 대해서 일본정부는 초기부터 줄곧 2015년의 위안부합의와 1960년의 한일조약에 의해 완결되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는 보이고 있지만, 정권교체에 따른 합의의 파기나 민주화에 의한 대북유화책으로의 변화 등을 보면서 생겨난 한국에 대한 의구심이 미중갈등의 심화와 같은 국제정세의 변화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에서 2022년 6월말에 개최된 나토정상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한 것은 독도에 대한 해양조사선의 파견이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하겠지만, 그러한 상황의 배경에 대해서 이해하려는 자세 대신에 한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현재 일본의 완고한 입장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따라 미국의 중개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작금의 한일관계 개선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윤 대통령의 신정부가 한일관계를 개선하는데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두 가지 견해에 대해서 간략히 검토했다. 양자의 견해가 나름의 타당성을 갖는다고 하겠는데, 이런 관점에서 한일관계는 앞으로 현재의 소원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점차 관계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또는 그 중간점으로 한미일 3국간의 협력 등에서 국한되는 경우의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상기한 검토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두 가지 견해가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즉, 한일관계 개선이 신중론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예전과는 달리 결코 용이하지 않겠지만, 낙관론에서 제기하듯이 관계개선을 위한 첫 걸음은 이미 윤 대통령이 보여주는 관계개선의 의지와 지향하는 가치 및 정책방향에 의해 놓여진 상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의지를 상기한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하겠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역시 장기적 차원의 접근 필요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관계개선에는 많은 장애가 있고, 따라서 관계개선을 향한 윤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적 방향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결코 단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관계개선의 첫 번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갈등적 상황을 초래한 강제징용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시급하게 대두된 '현금화 문제'에의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고 하겠는데, 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도 당사자인 피해자들과 그 지지단체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제까지 제시된 대안들이나 새로운 방안과의 관계 속에서 그러한 요구가 얼마만큼 포함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작업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단계별 목표를 정하는 일정표를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고 그런 인식이 공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통의 중요성이다.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한일관계의 제문제는 결코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양국 사이에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지 하는 기본적인 물음은 물론이고, 왜 그러한 합의점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또는 그러한 합의점에서 왜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통은 국내적인 차원과 대외적인 차원에서 공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설명과 설득 작업은 협의의 당사자인 정부관계자들 사이에도 필요하겠지만, 그들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즉, 위안부문제나 강제징용문제에 있어서 그 피해당사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경청하고 그와 함께 합의의 한계에 대한 설명 및 설득 작업도 필요하겠지만, 그러한 상황에 대한 설명 및 설득을 한일 양국의 국민을 향해서도 적극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들 문제에 대한 이번의 합의노력은 최종적인 것이 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이 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지만, 한국의 미래세대에 있어서도 반일감정이 아닌 세계인으로서 일본과 세계를 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일관계의 개선에 좀더 중요성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전담하는 조직 및 직책자리의 필요성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현재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중인 '민관협의회'가 활동중이지만, 그와 함께 또는 그 이상으로 이 문제에 전념하는 담당자가, 그 직책의 이름과 범위를 무엇으로 하든지, 있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해자 및 그 지원단체, 그리고 국민에 대한 설명 및 설득의 작업은 그만큼 중요하고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이며,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해서 이제는 이러한 총체적인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82호' 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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