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하철역 출구 미끄럼 방지..예산 없어 설치 못한다

이태희 2022. 8.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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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이 안쪽까지 흥건해서 그대로 미끄러졌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설치 못한답니다. 도대체 그 많은 예산은 어디에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상황이 이러자 대전시는 일부 지하철역 출구 계단에 논슬립 패드를 설치, 우천 등에 따른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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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꼴 발생..22개역 중 시청역만 계단 모두 논슬립 패드 설치
역 전체 계단 중 36%만 설치..대전시 "올 예산 모두 소진, 내년에 설치 계획"

"빗물이 안쪽까지 흥건해서 그대로 미끄러졌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설치 못한답니다. 도대체 그 많은 예산은 어디에 사용하는지 궁금합니다."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지난 달 비오는 날에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다가 미끄러짐 사고를 당했다. 계단 안쪽이 빗물로 흥건해 미끄러웠지만, 미끄럼 방지 논슬립 패드가 설치돼 있지 않아 그대로 넘어져 팔과 허리를 크게 다쳤다. 이씨는 이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대전교통공사에 논슬립 패드 설치를 건의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설치가 어렵다는 답변 뿐이었다.

대전 지하철역사 내 계단에서 시민들의 우천시 미끄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에선 관련 예산이 소진, 내년에나 설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민들의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대전시의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7일 대전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를 제외한 외부 계단 미끄럼 사고는 고객부주의 6건, 우천으로 인한 미끄러짐 2건, 고객 질병 1건, 본인 주장 3건 등 모두 12건이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를 감안하면 미끄럼 사고는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대동역 출구 계단에서 미끄럼 사고가 발생, 현재 사고를 당한 시민은 병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자 대전시는 일부 지하철역 출구 계단에 논슬립 패드를 설치, 우천 등에 따른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올해엔 시청역과 반석역 일부 계단에 논슬립 패드를 설치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논슬립 패드를 설치한 계단은 전체 지하철 계단의 36%에 불과하다. 22개의 지하철 역 중 외부 계단 모두에 논슬립 패드를 설치한 곳은 시청역 뿐이다.

반석역의 경우, 올 상반기 2·3·6·7 출구에만 논슬립 패드를 설치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올 관련 예산이 모두 소진돼 내년에야 설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미끄럼 사고 관련 민원 발생에 따라 대전지역 전체 지하철 계단 중 36% 정도 논슬립 패드를 설치한 상황"이라며 "전체 계단에 설치하기엔 올해 예산으로는 어려워 내년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해 모든 계단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예산이 '주민참여예산'으로 편성, 집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시는 앞서 올해 주민참여예산 200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치구와 주민자치회마다 사업 내용을 조정하는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큰 상황이다.

대전시의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만약 대전시가 내년도 주민참여예산에 지하철 역 계단 미끄럼 방지 시설액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관련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교통공사 관계자는 "내년에 대전시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먼저 공사 예산으로 미끄럼 사고 방지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대전시민들은 내년 미끄럼 방지 시설이 설치 때까지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됐다. 진나연 기자

7일 대전 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 4번 출구에 입구 부분만 설치된 논슬립 패드를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진나연 기자
7일 대전 지하철 반석역 1번 출구 안쪽 계단. 논슬립 패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우천시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진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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