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취학 논란 이어 외고 폐지도 반발 여론 급속 확산
입학연령 하향처럼 사전 예고 없는 돌발 발표에 혼란 가중
만 5세 취학 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정책'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정책처럼 외고의 폐지 또는 일반고 전환 정책 또한 사전 예고 없이 밝히면서 찬반 여론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부장관의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연말까지 외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은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외고 폐지 논란은 지난달 29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외고를 폐지하거나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해 온 윤석열 정부에서 외고 폐지가 갑작스레 등장하자 외고·학부모들은 다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는 자율형사립고·외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학교 서열화를 강화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후 윤석열 정부는 다양한 고교체제를 국정과제에 포함, 이들 학교의 존치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이에 이들 학교가 존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상황에서 박 장관이 외고를 따로 특정해 폐지를 거론한 것이다. 박 장관은 "자사고는 존치하되 외고는 폐지 또는 전환, 일반고로 해서 외국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어떤 교과 과정을 통해 특수 목적을 갖도록 하는 형식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장관의 깜짝 발표에 전국의 외고·학부모 관계자들의 반발은 연일 빗발치고 있다.
전국외국어고등학교장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외고 폐지)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이라며 "현 정부 인수위에서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와 자유, 교육의 다양성, 학생의 교육선택권 보장 등을 강조했음에도 토론이나 공청회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도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장관의 일방적 발표는 졸속 행정"이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즉시 사퇴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반발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해명에 나섰다. 교육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새 정부에서는 학교교육의 다양성과 교육수요자인 학생의 교육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며 "외고의 경우 외국어 교과특성화학교 등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발전적 방향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향후 정책연구, 토론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적 논의를 충실히 거쳐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지만 예민한 사안을 둘러싼 교육정책이 단기간 내 추진과 재검토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전지역 한 중학교에서 고교입학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 강모(유성구·36) 씨는 "지역에서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들의 경우 외고 폐지 이슈에 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다"며 "고등학교 유형별로 원서 접수 시기·준비 전략들이 달라지는 만큼, 외고 폐지 등 교육정책이 큰 변화를 겪기 전에는 충분한 의견수렴과 절차에 따른 정책 발표가 선행돼야 아이들이 큰 혼란 없이 진로·진학을 결정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만 5세 취학부터 외고 폐지까지 논란이 잇따르자 박 장관은 공식 일정을 대부분 취소한 상황이다. 박 장관은 오는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는 일정만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8일과 12일 각각 예정된 비상경제장관회의와 코로나19 대응 교육부 일일점검 회의에는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대신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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