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말고] 길 찾기

한겨레 2022. 8.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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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여 따라가고 있는 뉴스가 있다.

질소배출 저감 정책으로 농축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앞둔 네덜란드 농부들의 시위 소식인데, 고속도로 점거로 인근 지역 학교와 상점이 잠깐 문을 닫는가 하면 뜬금없이 트럼프가 농부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하여, 이 어려운 시기에 그 복잡한 과정을 네덜란드 사회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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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말고]

네덜란드 남부 베컬에서 지난달 4일(현지시각) 농업 종사자들이 트랙터를 몰고와 식료품 가게를 막고 있다. 이들은 비료에 사용되는 질소화합물을 감축하기 위한 네덜란드 내각의 계획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베컬/EPA 연합뉴스

정나리 | 대구대 조교수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여 따라가고 있는 뉴스가 있다. 질소배출 저감 정책으로 농축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앞둔 네덜란드 농부들의 시위 소식인데, 고속도로 점거로 인근 지역 학교와 상점이 잠깐 문을 닫는가 하면 뜬금없이 트럼프가 농부들에게 지지를 보냈다 하여, 이 어려운 시기에 그 복잡한 과정을 네덜란드 사회가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게 된다. 이해는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단순한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함께 마주한 현실에 응답해야 하는 공동체의 일이기 때문에 다치거나 묵살되는 목소리 없이 어떻게 소통과 합의 그리고 실질적 전환에 이를지, 과연 그게 가능한지, 주시한다.

시작은 이번에 단단히 결심한 ‘농업, 자연 그리고 식품의 질’부이다. 장관 헹크 스타하우어르는 20년 동안 빵집을 운영하다 이후 10년간 지방정부에서 일해온 1962년생으로, 기독교당(CU) 소속인 그의 주요 임무는 전임자가 준비해오던 ‘순환적 농업’을 실현해 내는 것이다. 같이 작업하는 인물은 ‘자연과 질소 정책’ 장관 흐리스티아너 판데르발, 1973년생이다.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 소속인 그는 건설업에 종사하다가 역시나 지방 소도시에서 정치에 입문해 지금의 자리에 왔는데, 농축산업의 재구조화 작업과 농가 지원을 위해 250억유로(약 33조2200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쥐고 있는 책임자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질소배출을 반으로 줄이는 것. 유럽연합과 네덜란드의 ‘법’에 따라서라니, 슬쩍 모른 척할 수 없는 강력한 규제 장치 안에 있을뿐더러 생태계 재건과 생물다양성 확보가 국가적 차원에서 절실한 과제로 꼽히는 듯하다. 유권자들 눈치를 보느라 집약적 농축산업계가 서 있던 ‘막다른 길’에서 신속히 방향 선회를 못 한 탓에 더욱 충격이 크다는 지적도 있나 본데, 이미 1990년대부터 네덜란드 정부는 건축과 교통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이산화탄소와 질소 배출량을 제한해왔다. 그리고 몇 해 전 농업의 패러다임을 ‘생산량 증가와 원가 절감’으로부터 ‘자연과의 조화 속 자원 활용과 식품 생산의 최적화’로 전환하는 그림을 구체화했고, 이는 사실상 생산체제의 성격뿐 아니라 농부들의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많은 농장이 문을 닫거나 가축의 수를 현저히 줄이며 자연과 ‘동맹’을 이루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지난 6월 판데르발 장관에 의해 해당 지역과 감축량이 발표되자 농부들은 반발했다.

한국과 시스템도 규모도 달라 비교는 어렵지만, 기후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극우적 접근이나 신자유주의적 환경주의 입장에서 벗어난 문제 인식과 큰 방향성에 관해 의견 일치는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돌아보면 한국에서 동남권 신공항이나 핵폐기물 저장소의 위치 선정처럼 다양한 주체가 관련되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했을 때, 지방정부들은 일차원적인 이권 다툼에 바쁜가 하면, ‘중앙’ 정치인들은 이도 저도 아닌 말로 표심만 지키려 했다. 2003년 전북 부안의 촛불집회에선 방폐장이 그렇게 안전하다면 전기 사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서울이 최적지 아니냔 항의가 나왔고, 정부는 경찰병력을 보냈다.

네덜란드에는 관련자들의 목소리를 다 들어보고 어떤 상호 이해에 이를 때까지 계속 이야기하는 문화인 ‘폴더르 모델’이라는 게 있다 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대로 밀어붙이되, 말로 안 되면 힘으로 하고, 그래도 직성이 안 풀리면 소송 폭탄을 투하하는 게 ‘법대로’ 하는 한국의 의사결정 방식이라 할 순 없다. 옛 표현으로 ‘지방방송 꺼라’ 할 때의 그 ‘잡음’을 다 들어보고 함께 내린 결단이 가져올 긍정적 부정적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성숙함, 네덜란드가 먼저 보여줄 것인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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