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쉼터로 돌아온 광화문광장.. "탁트인 전경·분수 시원해"

안승진 2022. 8. 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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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광화문까지 탁 트여서 좋습니다. 조경시설에 녹지가 가득하고, 분수시설까지 더해져 명실상부한 광장으로 거듭난 것 같습니다. 날씨가 더워도 아이와 함께 찾았는데, 봄과 가을엔 더 좋을 것 같아요.”

7일 재개장 이틀째를 맞이한 서울 광화문광장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사 기간 1년9개월 동안 온전히 발걸음을 딛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시민들은 새로운 광화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7일 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오랜만에 광화문을 찾았다는 시민 정순민(42)씨는 광화문과 경복궁, 북악산이 한눈에 담긴 모습에 만족했다. 재개장 첫날의 감흥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도 많았다. 재개장 첫날 오전엔 소나기가 내리고, 오후엔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종로공원 앞 바닥에 설치된 역사물길은 주말 내내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는 휴식처가 됐다. 역사물길에는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현재까지 연도와 주요 사건들이 새겨 있다. 가족부터 커플까지 신발을 벗고 물길에 발을 담그며 담소를 나눴다. 은평구 주민 장진호(25)씨는 “지나다닐 때마다 공사 중이어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 예전보다 넓어지고 앉아서 쉴 곳이 많아 좋다”며 “연인과 데이트로 자주 올 거 같다”고 웃음 지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서측도로가 없어지면서 총면적이 4만300㎡로 이전(1만8840㎡)보다 2배 넘게 넓어졌다. 전체 면적의 4분의 1은 광장 숲과 잔디로 이뤄진 육조마당 등 녹지로 조성돼 ‘공원 같은 광장’으로 꾸며졌다.

아이들은 분수에 모여 물놀이를 즐겼다. 박자에 맞춰 올라오는 물줄기를 잡았다 펴면서 아이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던 김보경(7)양은 “시원해서 매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새 광화문광장에는 물을 이용한 시설이 곳곳에 많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명랑분수부터 세종문화회관 앞 한글분수, 광복 77주년을 의미하는 77개 노즐이 물을 뿌려 타원형의 터널을 만드는 터널분수까지 3개의 분수가 있다. 역사물길과 가운데에서 물이 솟아나오는 샘물탁자 등 수경시설은 무더위 속 시민들의 땀을 식혔다.
7일 1년 9개월 만에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광장의 설계를 총괄한 조용준 공공조경가는 “집회를 위한 공간보다 일상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며 “휴식을 강조하면서도 예전 광장의 모습을 존중하고 보존하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를 들어내면서 발견된 사헌부터는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보호유리로 보존했다. 세종로공원 인근 ‘시간의 정원’에는 사헌부의 건물 담장과 집터로 추정되는 유구를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의 집회·시위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6일에도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인 집회가 열렸다.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 빛모락(樂) 개막식이 진행됐지만 한쪽에서는 집회 함성과 찬송가 등이 울려 퍼졌다. 종로구 주민 최모(35)씨는 “청와대 이전으로 집회가 줄어들 거라 생각했는데 광화문광장이 다시 열리면서 집회를 하는 사람들을 보니 불편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현행 서울시 조례에서는 광화문광장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문화제 등으로 광장 사용신청을 하고 집회·시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단체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들어 광장에서 집회를 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서울시의 방침은 광장이 시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편파적 행정이자 기본적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광장 개장기념 행사 '광화문 광장 빛모락(樂)'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개막식에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가장 자랑스러운 랜드마크가 모습 드러내는 순간”이라며 “오늘부터 서울시민들께서 이곳 광장을 더욱더 사랑해주시고 자주 찾아주시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축사를 통해 “광화문은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며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그리고 청와대를 아우르는 이 지역은 우리의 기나긴 역사와 찬란한 문화, 민주화의 중심이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와 함께 세계인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승진·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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