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휴가 구상'..윤 대통령의 선택은
박근혜 땐 청와대 참모진 등 인적 쇄신
윤 대통령, 반등 대신 악재만 늘어나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들은 휴가 기간을 현안에서 잠시 떨어져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다듬는 시간으로 활용해 왔다. 역대 대통령들이 휴가에서 복귀할 때는 ‘휴가 구상’이라는 말이 따라 붙곤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첫 휴가를 마치고 오는 8일 복귀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과 관련된 구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대통령들의 국정 복귀 신호탄은 대체로 공세적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첫날 북한 핵·미사일 문제 관련 전격적인 ‘정상 외교’로 국정 전면 복귀를 알렸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56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23분간 통화했다.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핵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를 언급하는 등 적극적인 대북 제재 공조 목소리를 내놨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지율 하락속에 첫 휴가를 맞았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도 휴가 복귀 뒤 적극적인 정국 돌파책을 발표했다. ‘하반기 국정운영 동력 마련’을 들어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새로 앉히는 등 전격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복귀 후 첫 공식석상인 국무회의에선 일명 ‘사초실종 사태’로 불리는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를 두고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이라고 정치권 논란에 직접 참전했다. 인사 난맥상으로 지지율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휴가를 기점으로 공세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으로 대북 관련 전 정부를 겨냥한 카드는 휴가 전 이미 꺼내들었다. 정부 출범 뒤 100일이 채 못돼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은 대규모 참모진 인적 쇄신을 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첫 ‘휴가 정치’에서도 뚜렷한 지지율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분석이 많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를 탈권위 민생 행보나 안보 전념 행보를 부각하는 기회로 삼았다. 윤 대통령이 닷새 간의 공식 휴가 기간 동안 현장을 방문한 건 지난 3일 연극 관람이 유일하다. 지지율 추락 속에 현장 행보를 멈추고 ‘조용한 휴가’를 보냈지만,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남이 불발된 것을 두고 논란까지 불거져 악재만 늘어난 휴가가 됐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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