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포위 훈련' 일단락, 서해서 실사격 훈련..무력과시 군사행동 계속될 듯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사흘간 대만 주변에서 실시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일단락됐다. 중국이 대만해협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위협적 군사 행동을 일상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은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예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대만 교통부는 7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1시)를 기해 중국군이 발표한 6개의 훈련구역이 효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오후 ‘72시간-인민해방군 실전 훈련’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대만 봉쇄 훈련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알렸다. 중국군 동부전구는 7일 오후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계획에 따라 7일 대만 주변 해상과 하늘에서 실전 합동 훈련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주변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 훈련은 지난 4일 낮 12시부터 사흘간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대한 반발과 항의의 표시로 대만 상공 등으로 탄도미사일 11발을 발사하며 대대적인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은 대만을 빙 둘러싼 형태로 6개의 훈련 구역을 설정해 진행됐다. 사실상 무력 통일을 가정한 대만 봉쇄 작전이었다. 멍샹칭(孟祥靑) 중국 국방대 교수는 신화통신에 “이번 훈련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 군의 전투 능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군의 연합 작전 능력이 크게 향상되고 정밀 타격 능력과 해상 입체작전 구축 능력 등이 대폭 향상됐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훈련 기간 대만해협 중간선을 무력화하는데 집중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중국 전투기 68대와 군함 13척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다음날인 6일 중국은 군용기 20대와 군함 14척 등을 동원해 대만해협 주변에서 연합 훈련을 했으며, 중국 전투기 14대가 중간선을 넘어왔다. 4~6일 중간선을 넘은 중국 군용기는 104대에 달한다.
대만해협 중간선은 1955년 미국이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선언한 경계선이다. 중국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이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동안에는 노골적으로 중간선을 넘어 대만을 위협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 방문 이후 대만이 자국 영토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 훈련 기간 중간선의 무력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은 전날 자국 군함이 해안선과 산맥이 보일 정도로 대만에 근접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을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심리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군함이 대만 해안에서 사상 가장 가까운 곳까지 항해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형으로 미뤄 동부 해안 화롄의 호핑 화력발전소 근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만을 포위하고 벌인 대대적 무력 시위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중국의 이 같은 군사적 행동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전쿤(馬振坤) 대만 국방대 중공군사연구소장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향후 더 많은 중국 군용기와 군함이 중간선을 넘어와 우리 영공과 영해 주변 가까이에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민해방군은 이를 통해 ‘뉴 노멀(새로운 표준)’을 만들려 하며 그렇게 되면 분쟁시 대만이 대응할 시간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어 “봉쇄 형태로 대만 주변 6곳을 훈련 구역으로 설정한 것도 대만의 군사 작전 공간을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이를 선례로 향후 대만을 에워싸는 비슷한 군사 훈련 모델을 채택해 또 다른 뉴 노멀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군사훈련에 대해 “이런 활동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며 “이는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며 오판의 위험성을 키운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이번 훈련을 통해 72시간 동안 대만을 침공하는 모의훈련을 한 것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예고했다. 대만 육군은 오는 9~11일 남부 핑둥현 인근에서 155밀리 곡사포 78문과 120밀리 박격포 6문을 동원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중앙통신사가 보도했다. 곡사포와 박격포 등 포병 전력은 유사시 인민해방군의 대만 상륙을 저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대만군은 다음달 5일부터는 AH-64 아파치 공격 헬기와 AH-1 코브라 공격헬기, 전차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합동 실사격 훈련도 진행한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대만 구축함과 해양경찰함이 대만 인근 해역을 항해하는 중국 구축함에 바짝 붙어 감시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전 대응에도 나섰다.
대만 포위 훈련은 끝났지만 군사적 긴장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해사국은 지난 6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서해(중국 황해) 남부 일부 수역에서 실탄 사격을 한다며 이 기간 5곳의 훈련 해역에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8일 0시부터 다음달 24일까지 다롄 앞바다에서도 실사격 훈련을 한다면서 선박 진입을 금지했다. 서해상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실사격 훈련은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을지 자유의 방패’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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