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은 '녹조 라떼' 배양장, 상류조차 4급수"..낙동강 수질 '비상'
“이젠 낙동강 상류도 깔따구 천지네요”
지난 6일 오후 1시쯤 낙동강 상류인 경북 상주시 도남동 상주보 선착장 입구. 회색빛의 아스팔트 위에 시커먼 진흙 한 삽이 쏟아졌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진흙을 뒤적거리자 역한 시궁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진흙의 정체는 강바닥에 쌓인 퇴적토. 강물이 흐르지 않으면서 정체된 모래층이 시커멓게 썩어버린 것이었다. 한 삽 분량의 퇴적토에서는 구더기 모양의 깔따구 애벌레 5마리가 발견됐다. 깔따구 애벌레는 4급수 지표종이다.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수질이다.
시커멓게 변해버린 퇴적토에서 새빨간 깔따구 애벌레가 연이어 발견되자 “1급수였던 상주보가 어떻게 이렇게 됐느냐”며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상주보 선착장에서 퍼낸 흙 4삽에서 깔따구 애벌레 21마리와 실지렁이로 추정되는 2마리가 나왔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1급수였던 상주보에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나오고 있다”며 “상주보가 완공되고 물길이 닫힌 지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쯤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다목적댐 물문화관에서 바라본 내성천은 댐에 가로막인 물줄기에 녹조가 발생해 짙은 녹색 빛을 띠고 있었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깨끗한 물을 낙동강으로 방류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이명박 정부가 1조1030억원을 들여 2016년 10월 준공됐다.연간 2억㎥ 가량 물을 담을 수 있어 자정 능력을 기대했지만 준공 이후 가뭄 등의 상황을 제외하곤 수문 개방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대한 녹조 라떼 배양장’으로 전락했다는 게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낙동강 하류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4일 환경단체가 찾은 경남 김해시 대동면 대동선착장 일대는 거대한 녹조 띠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강물을 떠 포도주잔에 담으니 걸쭉한 조류 알갱이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심한 악취에 조업을 포기할 정도라고 인근 어민들은 전했다.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매리 취수장도 마찬가지였다. 물금·매리 지점은 지난 7월 4차례 연속 유해 남조류 개체 수(개/㎖)가 10만을 넘겼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상수원 전체에서 유해 남조류가 10만을 넘긴 적은 3차례뿐이다. 올해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관할 5개 지점에서만 6차례를 넘겼다. 조류경보는 ‘관심’(1000 이상), ‘경계’(1만 이상), ‘대발생’(100만 이상)으로 나뉘어 발령된다.
환경단체는 “지난해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기준의 최대 740배가 나왔고, 6월에 채수한 물에서 최대 1075배라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며 “녹조 가득한 물이 논과 밭으로 공급되고 있고 이런 물이 취수장을 거쳐 수돗물 정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녹조가 뒤범벅된 물을 경북, 대구, 경남, 부산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고도정수 처리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고도정수과정에서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애초에 고도정수 처리할 필요가 없는 원수를 먹는 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4~6일 낙동강 녹조 현황 조사를 진행했다.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오자 낙동강 전 구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부터 경북 영주댐까지 낙동강 전 구역에서 물과 흙을 수거했고, 이에 대한 독성 농도 등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문산정수장에서 각각 0.281㎍/ℓ, 0.268㎍/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부경대학교 연구진이 고산정수장을 거친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같은 물질이 0.226㎍/ℓ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마시거나 피부에 닿는 등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 약 200종 가운데 현재까지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확인된 물질(LR)의 먹는 물 권고 기준을 1㎍/ℓ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 기준에 따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환경보호청은 유아 및 취학 전 아동의 경우 0.3㎍/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든 물을 10일 이상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양은 유아 등에 대한 권고기준에 육박하는 수준인 셈이다.
부경대 연구진은 2종류의 ‘ELISA’(효소결합 면역흡착분석법) 진단키트를 사용해 수돗물을 검사했다. 이 방식은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원과 항체 반응을 통해 모든 마이크로시스틴(200여종 총합)을 분석한다.
환경단체에 발표에 대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지난 1일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부경대의 검사 방식(진단키트)이 신뢰도가 낮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낮은 농도로 검출될 경우 ELISA 키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환경부 고시 기준에 따른 분석방법(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이 강한 4종(LR·YR·RR·LA)을 측정하고 있다. 분석에는 ‘LC-MS/MS’라는 고가의 장비를 활용 중이다. 수질연구소 관계자는 “부경대 연구진의 방식은 연구용이나 모니터링 시 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결과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부경대에서 사용한 분석법은 신뢰도가 낮은 방법인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분석법은 정확도가 높고, WHO와 미국·호주 등에서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상수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더라도 정수처리를 통해 정화하기 때문에 시민들 식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는 정수장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은 대부분 제거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경대 연구팀은 검사에 사용된 ELISA 키트는 개량된 ADDA-ELISA 키트로 미국 EPA에서 공인된 방식으로 0.1 ppb 수준까지 검출할 수 있는 민감도 높은 조사 장비라고 반박했다. 환경부 등이 사용하는 LC-MS/MS 역시 미국 EPA 공인장비이지만, 미국에서는 8~12종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하는 반면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4종만 분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의 발표와 달리 부경대 연구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에는 녹조균이 드러났다. 마이크로시스틴도 1.4ppb가 검출됐다”며 “이러한 현상은 환경부와 대구시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거나 분석 장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낙동강 녹조는 강이 다시 흐르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밝혔다.
정수근 국장은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만 영주댐 전체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며 “이런 물로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불가능하다. 수문 개방만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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