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꼭 알아야 할 '죽음으로부터의 자유'[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2. 8. 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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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부터의 자유 표지



‘100세 장수’는 더 이상 꿈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삶의 주변에서 흔한 이야기가 됐다. ‘평균수명100세’가 되면서 기대수명은 120세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수명연장이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병약한 장수는 오히려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가난한 장수도 축복일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얼마나 오래 살다 죽느냐’보다 ‘얼마큼 인간답게 살다 죽느냐’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웰다잉(Well-dying)이다.

웰다잉은 긍정심리학 분야에서 연구되던 웰빙 개념이 대중의 이목을 끌면서 일종의 ‘반대급부’로 생겨났다. ‘삶의 질만 중요하냐? 죽음의 질도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특히 의료윤리학에서 오랫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는 존엄사나 안락사 문제와 맞물려 웰다잉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이라는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최종 목표로서의 웰다잉이 제안되기도 했다. 대중에게 죽음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스스로가 미리부터 죽음에 대비할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다.

100세 장수시대든 150세 장수시대든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 죽음은 공평하다. 우리 모두에게 죽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일반인들에 앞서, 이런 죽음을 공부해 온 이들이 있다.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이다. 이들이 모임을 가진 이유는 단순하다.

‘태어남이 내 뜻이 아니었듯이 죽음 또한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삶이 시작되기는 했으나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이며, 어떻게 죽을지를 준비할 수는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만나게 될 노화와 죽음이 어떤 얼굴일지 궁금해한 이들은 지난 2003년부터 죽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60대부터 80대의 사람들이 근 20년 동안 만나 책을 읽고 토론하고, 때로는 전문가를 초정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관련 영화를 보고, 논문을 찾아 읽기도 했으며, 관 속에 누워 보는 체험을 해 보기도 했다. 그간 읽어온 책이 무려 200권이 넘는다. 이들 200여 권의 책 가운데 52권을 골라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메멘토 모리 독서모임 지음 / 북에너지)다.

이 책은 크게 6장과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은 죽음 전을 살아내는 노년, 제2장은 죽음 앞에 선 노년, 제3장은 죽음이란, 제4장은 죽음은 어떻게 찾아오는가: 죽음의 현장, 제5장은 나의 죽음은 질서 있는 후퇴이고 싶다, 제6장은 죽음 너머의 세계다. 부록은 2003년 6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이 모임이 읽은 도서목록이다. 그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들의 공부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 책은 제2의 인생이라고 불리는 노년기를 살아가고 있고 준비하려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사례를 알려주고, 앞서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체험에서 우러난 긴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매달 20여 명(드나든 사람은 100명이 넘겠지만)의 사람들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만났다.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얻고 싶어서, 언젠가는 마주할 죽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누군가 죽음은 암호 같다더니, 배우고 읽어도 죽음이란 영 풀리지 않는 암호 같아서 우리는 죽음에 관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는 메멘토 모리 독서모임 사람들. 그들은 우리가 지금을 행복하고 알차게 살기 위해서는 미래의 죽음을 공부해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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