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문가 4인에게 물어본 '마트 휴업 갈등' 해법은?

김영배 2022. 8. 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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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 갈등 구도 달라진 현실
지역별 영향·효과에도 큰 차이
청년 일자리·물가 문제와도 연계된 사안
"흑백의 제로섬 게임 틀에서 벗어나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부착된 의무휴업일 안내문. 연합뉴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찬성합니다’, ‘반대합니다’, ‘이런 식의 규제로 누군가는 득을 보고, 누군가는 해를 보는데, 결국 소비자가 해를 볼 것 같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에 관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국무조정실 규제정보포털(www.better.go.kr) 토론방에는 7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찬반 주장이 속속 올라왔다. 온라인 토론은 지난 5일 시작됐고, 18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4일 첫 규제심판회의에서 영업제한 규제 논의를 진행한 데 따른 후속이다. 국무조정실은 온라인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4일 2차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쟁점 중심의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규제심판회의 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민간 전문가 ㅇ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산업의 문제가 사회·정치적 사안으로 확대돼 부담”이라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뿐 아니라 소비자, 근로자, 납품업체까지 얽혀 묘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통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갈등 해법의 출발점으로 대개는 규제 장치 도입 뒤 10년에 이르는 동안 대립 축이 바뀐 현실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 꼽는다. 온라인 위주로 재편된 흐름은 제쳐두더라도, 오프라인 시장 내부의 판도 또한 크게 달라져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 대립 구도를 전제로 삼은 제도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가) 대형마트의 팽창으로 전통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도입됐는데, 지금은 식자재 마트가 급성장하고 편의점과 온라인 유통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에 따른 반사이익이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이 아닌 식자재마트, 중형 슈퍼마켓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도 “코로나19 때문에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몫을) 뺏기고 골목시장 영역은 중형 슈퍼, 식자재 마트에서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지역별로 규제의 영향·효과가 제각각 다르다는 주장도 주요 논점의 하나다. 지역에 따라선 대형마트 입점이 지역 상권에 오히려 득인 경우가 있어 전국 단위의 일률적 규제는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샘플 연구를 해 보면, 대형마트 휴무 때 전통시장 장사도 덩달아 잘 안되는 경우도 적잖다”고 말했다. 근방에 경쟁 매장이 생기면 ‘트래픽’(유동인구)이 늘어 같이 혜택을 보는 터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골목상권이 흑백으로 나뉘어 ‘제로(0)섬 게임’을 벌인다고만 봐선 안된다는 설명이다. ㅇ교수도 “(양쪽을) 윈윈(상생)할 수 있는 관계로 본다”고 말했다.

서 교수팀이 지난 6월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상의 의뢰로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당시 조사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느냐’는 물음에 57.3%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응답은 20.3%였다. 서 교수는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방식을 시·군·구 자율에 맡겨 획일적 규제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에 절실한 주차장 설치를 지원하거나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을 짓도록 유도하는 상생을 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박주영 교수도 “지자체 형편에 따라 자체적으로 알아서 판단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식상으로는 현행 법규에서도 지자체 자율에 맡겨져 있긴 하다. 의무휴업 시행 여부는 지자체장이 정하게 돼 있다. 지자체 판단에 따라선 시행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 그런 예도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예외적인 일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7월 현재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둔 기초 지자체 177곳 중 의무휴업 미시행 지자체는 2곳뿐이다. 지자체장 선거, 표 문제와 무관치 않은 일이다. 대개 공휴일 휴업을 의무화하는 중에 그나마 51곳에서 평일을 포함한(평일 2일, 공휴일+평일) 의무휴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현실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조춘한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져 있는데, 피상적인 대립 양상을 넘어 청년 일자리 문제나 소비자 물가와 연계돼 있다는 게 더 중요한 지점이라 본다”고 말했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대형마트에서 월 2회 공휴일 휴업은 휴일 위주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겐 일자리의 25%(한 달 8일 중 2일) 감소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최대 경제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현행의 규제에는 일정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지적한다. 유통 생태계는 제조 납품업체, 소비자와도 연결돼 있어 표면에 드러난 유통의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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