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의 꽃에서 무덤으로..그 많던 푸드트럭은 어디로 갔나

곽진산 2022. 8. 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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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허가된 푸드트럭 4895대 분석
폐업 3054대..실제 영업은 극소수
1947대, 장사 1년도 못돼 시동 꺼
지난달 2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항축제’에서 한 손님이 푸드트럭에서 주문한 음식을 건네받고 있다. 곽진산 기자

서울 서북권 최대 전통시장인 마포농수산물시장 푸드트럭 특화거리. 2017년 9월부터 푸드트럭 10개팀이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마다 스테이크, 초밥, 타코 등을 팔았다. 토요일인 지난달 23일 찾은 시장에는 ‘푸드트럭 거리’라는 팻말이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푸드트럭 전용 구역에는 일반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푸드트럭 데이터상에는 모두 6대의 푸드트럭이 영업 중이어야 했다. 시장 안에 위치한 다농마트 직원은 “코로나 전에는 몇 대 있었는데 최근에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데이터로는 푸드트럭 17대가 등록된 마포 문화비축기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창 때는 밤도깨비야시장 경쟁이 치열해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했던 곳이다. 69스테이크(양식), 강정이네닭강정(분식), 샹스마라탕(중식), 한입두입(디저트), 홀릭츄릅(일식) 등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푸드트럭들이 손님들을 맞았었다. 문화비축기지 직원은 “2017~18년 푸드트럭이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청년 창업의 꽃으로 각광받으며 2015년부터 급속히 늘던 푸드트럭은 7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영향이 컸지만 구조적 원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 많던 푸드트럭은 어디로 갔을까.

<한겨레>는 2014년 말부터 2022년 6월까지 전국 시군구에서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4895대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휴게음식점 인허가 데이터 50만3023건 중 푸드트럭으로 분류된 것을 추출한 결과다. 이 기간 폐업한 푸드트럭(폐업 뒤 재허가 포함)은 모두 3054대(62.4%)였다. 이 가운데 1년도 못돼 폐업한 푸드트럭이 1947대에 달했다. 전체 푸드트럭 10대 중 4대(39.8%)가 1년을 못 버티고 시동을 끈 것이다.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며 관련 규제를 대폭 풀어준 뒤 푸드트럭은 가파르게 늘었다. 2014년 12월 1건이었던 허가 건수는 2015년 169건을 시작으로 2016년 952건, 2017년 1151건, 2018년 903건, 2019년 839건 등 해마다 1천건 안팎에 달하며 푸드트럭 전성시대를 알렸다. 사방에서 들렸던 푸드트럭 시동음은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잠잠해 지기 시작했다. 비대면 시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푸드트럭 허가 건수는 2020년 271건, 2021년 319건으로 크게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2년에도 회복세는 더디다. 6월말까지 290건의 신규 허가가 있었을 뿐이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전국 푸드트럭은 1841대다. 서울이 461대로 가장 많다. 경기도 424대, 경상도 250대, 충청도 153대, 전라도 141대, 강원·부산이 각각 88대다. 대전(63), 제주(48), 대구(38), 인천(34), 광주(24), 세종(19), 울산(10)에도 푸드트럭이 있지만 시민들 눈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는 숫자일 뿐이다. 1841대 중 3년 이상 등록된 푸드트럭은 1070대다. 이들 푸드트럭이 등록된 주소지를 실제 찾아가면 마포농수산물시장이나 문화비축기지 사례처럼 있어야 할 푸드트럭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는 서울시에 ‘영업’으로 등록된 푸드트럭 461대 중 주소지가 명확한 383대를 7월 한달간 영업시간대에 직접 방문해 확인했다. 최근까지 영업을 했거나, 영업한 흔적이 있는 곳은 10여곳에 불과했다. 푸드트럭 9대가 등록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야외광장에도 푸드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청계천을 따라 푸드트럭이 영업 신고된 종로구와 중구 일대도 마찬가지였다. “푸드트럭을 한번도 본 적 없다”는 시민들의 대답만 돌아왔다. 푸드트럭을 관리하는 서울시 식품정책과는 “푸드트럭은 신고제로 운영된다. 폐업 신고도 사업자가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푸드트럭 주차 구역으로 마련된 \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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