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만남 대신 통화만..'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의미는?
지난 3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하 직책 생략). 방한 직전 하원의장으로서는 25년 만의 타이완 방문으로 미-중 갈등은 전에 없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의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의 20년 만의 방문. 국회 초청으로 온다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관심이 쏠렸다.
"일정은 (타이완 방문 전인) 2주 전쯤 협의돼 결정"
"칩4와 관련해 중국 고려한 결정으로 알아"
이와 관련해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건 칩4 참여와 관련해 중국을 고려한 결정으로 안다"고 말한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선 몇 가지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협의를 위해 한국과 일본, 타이완에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이른바 칩4 참여를 오래 전에 제안했었다는 것, 그리고 최근 그 답변 시한을 8월 말 정도로 제시한 것을 알려져 있다는 것, 홍콩까지 포함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 수출액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은 칩4 결성, 특히 한국의 칩4 참여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것, 펠로시는 대표적인 반중 인사라는 것, 그리고 이번 방한은 정부 초청이 아닌 국회 초청이라는 것 등이다.
이런 배경 지식을 전제하면, 여권 핵심 관계자의 이야기는 한국은 칩4 참여를 사실상 확정했는데,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대표적 반중 인사인 펠로시와의 만남을 피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만남이 불발된 원인은 타이완 방문이 아닌 칩4 참여에 있다는 것이다.
당당한 외교를 기치로 걸었지만,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그 중 중국(홍콩 포함)이 60%를 차지하는 현실. 그렇다고 중국이 반발하는 칩4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술(미국)이나 장비(일본)를 공급 받지 못 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 이런 현실과 상황들을 고려한 결론이 펠로시와의 만남 불발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결정'의 의미는?
반면, 동양권에서 휴가는 그것보다는 중요성이 아직 덜하다. 중요한 일이 있다면 휴가를 조정해야 한다는 게 당연시 되는 문화가 아직 있고, 휴가 중에라도 중요한 손님은 직접 맞아야 한다는 생각도 아직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동서양의 인식 차이 때문에 휴가는 펠로시에게는 양해를 구할 명분이 되고, 중국에게는 성의를 보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런데 펠로시의 타이완 방문과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 취소가 비슷한 시점에 결정되면서 문제가 복잡해 진 것으로 보인다. 타이완 방문으로 미중 갈등에 격화된 상황에서 펠로시와 만나지도 않고 전화 통화도 하지 않으면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다, 나아가 굴종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미-중 양측을 향한 일관되고 정교한 메시지 관리의 필요성
미국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타이완 방문으로 미국 내에서도 비판받고 있는 펠로시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중국에 대해 성의를 보이기 위한 조치에 미국이 불쾌함을 보인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일본과 대만은 칩4 참여에 대한 강한 긍정 입장을 표하며 달려가는 상황에서 한국의 속도 조절은 한국의 실제 의사와는 달리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역시 미국을 향한 일관되고 정교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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