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단둘이 술자리 후 집 현관서 넘어져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왜?

박용필 기자 2022. 8. 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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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상사와 둘이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넘어져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둘의 만남은 ‘친목 도모’ 목적이 아니라 ‘업무상 회식’의 성격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한 회사의 청소경비직 노동자였던 A씨는 2020년 10월 관리부장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 자택 현관문 앞에서 뒤로 넘어졌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해 3월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식은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행사가 아니라고 했다. 회식 당시 관리부장과 A씨가 단 둘이 만난 점, 비용도 회사 공금이 아니라 관리부장과 A씨 돈으로 부담한 점, 회사에 회식 사실이 사전에 보고되지 않은 점 등이 근거였다.

이에 A씨 유족은 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회식이 ‘업무상 회식’의 성격을 갖는 자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A씨와 관리부장은 사적 친분이 없는 상태였고, 회식 자리에서 사적인 대화뿐 아니라 청소 장비 구매 문제나 직원 불편 사항 등에 관한 대화가 오간 점, 관리부장이 평소 개인돈으로 종종 회식비용을 처리했고 그 경우 회사에 회식 사실을 보고할 필요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회사 공금을 쓰지 않았고 회사에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회식’에서 관리부장의 주량에 맞춰 술을 마시다 과음을 한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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