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 삼라만상 77] 버리지 못할 아버지의 유산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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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의 단촐한 유품 상자를 열어보니 손수건에서 아직도 노인의 향취가 남아있다.
한 잔 술을 마시며 몇 가지 안되는 물건을 집어들고 보니 마지막 가실 때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는 섬에서 중학교 때 육지로 나와 법대를 나오시고 학생회장까지 하셨던 분이지만 돈에 대해서는 평생 운이 없으셨나보다.
그 시기에도 보았던 아버지의 유품을 다시 하나씩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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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의 단촐한 유품 상자를 열어보니 손수건에서 아직도 노인의 향취가 남아있다.
한 잔 술을 마시며 몇 가지 안되는 물건을 집어들고 보니 마지막 가실 때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는 섬에서 중학교 때 육지로 나와 법대를 나오시고 학생회장까지 하셨던 분이지만 돈에 대해서는 평생 운이 없으셨나보다. 지독한 가난을, 내가 성장하는 내내 알려주셨다.
일곱식구가 살던 방은 아마 지금 내 사무실 공간보다 작았다. 그 시기에도 보았던 아버지의 유품을 다시 하나씩 꺼내보았다.
고물상에서도 안 쳐줄 물건이지만 남은 삶 동안에 나는 버리지 못하고 계속 다시 볼 것이다.
마지막까지 당신이 쓰시던 전화기...도장과 주민등록증..그리고 그렇게도 동무들을 좋아하고 모임을 아꼈던 목포 출신 동문모임 칠성회의 1966년도 회칙 3권.
1987년 군 제대 두 달 전 전방에서 내가 부모님께 쓴 마지막 편지지가 있다. 군 시절 사단장 표창을 두 장 받았는데, 쓸데없는 군대표창 받은 자랑도 적혀있다.
87년이니 30년도 넘은 기억이다. 그렇게 내가 받은 아버지의 유산을 열어보며 아버지의 인생은 어떠셨을까? 잠시 돌아보았다.
평생 가난하게 사셨지만 우리에게 정직하게 살라는 가르침은 남기셨다. 그러나 나중에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정직하게만 살아서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착한 사람들이 장말 잘 사는 세상은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남긴 노트의 그림을 보며 내 아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세월은 여전히 가고 있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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