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시작한지 한 달도 넘었는데~" 대전 대덕구의회 원구성 깜깜

라안일 2022. 8.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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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 주민발안 조례안‧9월 추경안 처리 안갯속

대전 대덕구의회 본회의장 입구 / 대전=라안일 기자

[더팩트 I 대전=라안일 기자] 지난 7월 1일 임기가 시작된 대전 대덕구의원들이 원구성 합의에 실패하면서 대덕구의회 본회의장 문이 한달 넘게 닫혀있다. 대덕구의회는 의장직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개원조차 못 한 지방의회라는 오명만 얻고 있다.

제9대 대덕구의회는 지난 7월 7일부터 21일까지 첫 임시회인 제263회 임시회를 열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회기를 마무리했다.

식물 의회라는 비난이 속출하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물밑에서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의장직 선출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의장직 선출을 전‧후반기에 각각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고수하면 전‧후반기 의장직을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대웅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반기 원구성에 대해서만 논의하겠다"며 "(민주당이) 후반기 원구성까지 합의하자는 것은 야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당은 구민들이 양당에 각각 4석의 의석을 준 만큼 권한도 절반씩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석광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당의 의석수가 같다. 그러면 주민들이 (양당에) 권한을 50대 50으로 같이 준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태도를 고수하기보다는 최근 합의한 경기도의회를 참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경기도의회는 대덕구의회와 같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전체 의석 156석 중 절반인 78석씩 양분하면서 의장 선출 등으로 갈등을 빚다 지난 3일 의장 선출 방식과 원포인트 임시회 개회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전반기 의장을 투표로 정하고 의석수 변동이 없으면 후반기 의장은 전반기에 의장을 배출하지 못한 당에서 맡기로 했다.

경기도의회가 극적 합의한데 비해 대덕구의회가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대덕구민들이 안게 됐다. 현재 제출됐거나 제출 예정인 안건 처리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4일 대전 대덕구청 앞에서 이정수 대전세종서비스노동조합 대전경비관리지부장(앞줄 왼쪽)과 김용태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장(앞줄 왼쪽 두 번째)이 대덕구 아파트경비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을 위한 조례 개정 주민발안 청구인 명부를 김용성 대덕구의회 사무과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 대전=라안일 기자

앞서 지난 4일 대덕구민 2826명의 서명을 받아 구의회에 제출된 ‘대덕구 공동주택 경비노동자 인권증진 및 고용안정에 관한 조례개정’ 주민발의안 처리가 의회에서 발의조차 안 될 수 있다.

주민발안 조례는 수리한 날로부터 심사와 이의신청을 거쳐 30일 이내에 구의장이 발의해야 하는데 개원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대덕구는 물론 대전 5개 자치구의회 첫 주민발안 조례가 구의원들의 자리 욕심으로 그대로 묻힐 우려가 있다.

심유리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장은 지난 4일 주민발안 기자회견에서 "대덕구의회가 자리다툼과 정쟁으로 제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그 무슨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유 없이 의안 상정 및 의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덕구의회는 절차대로 대덕구 최초의 주민발안 조례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안고 주민의 뜻을 받들어 조례를 조속히 통과시키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9월 예정된 추가경정예산안도 원구성 파행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임기가 시작된 지방의회는 9월 추경안을 심의하는 정례회 이전 2번의 임시회를 연다. 첫 번째 임시회에서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뽑는 원구성을 마무리하고 두 번째 임시회에서 상임위별 집행부 업무보고를 받고 상정된 안건을 처리한다.

대덕구의회는 첫 임시회부터 다시 열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파행이 길어진다면 부실한 업무보고 및 추경안 심의가 불가피하다. 특히 집행부의 추경안 상정까지 원구성이 안 되면 대덕구는 편성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 채 본예산만 사용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구의회가 멈춘 상태에서는 어ᄄᅠᆫ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 업무보고도 해야 하고 9월 추경 앞두고 증액되는 예산을 설명해야 하는데 갑갑한 상태"라며 "원구성 파행이 지속하면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는 데 (의원들이) 주민 눈치 좀 보고 자리싸움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raiohmygo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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