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학과 만나다]⑪ GPS 좌표 받아 1분 만에 출동한 드론… 숲 속 실종자도 찾는다

이학준 기자 2022.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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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줌 30배·열화상 카메라 달린 경찰 수색용 드론
“인력 투입해 실종자 찾아내는 시대 지나”
활동영역 넓어지는 드론… 수사·순찰에도 활용될까
서울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수색용 드론 '스캔비(ScanBee)'./이학준 기자

“이번 수색은 경기 덕양구 명봉산으로 입산한 대상자를 찾는 것입니다. 제공받은 대상자의 GPS 좌표는 37.729, 126.849입니다. 해당 지역을 드론을 이용해 면밀히 수색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기동경찰교육훈련센터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실종자 수색 훈련이 한창이었다. “수색을 시작하라”는 서울경찰청 장비계 드론수색팀 지시가 떨어지자 운동장에 있던 수색용 드론 ‘스캔비(ScanBee)’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수직으로 이륙했다.

이날 훈련은 18세 남성이 산에 들어갔다 연락이 끊긴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그의 마지막 휴대전화 사용 위치 GPS 좌표를 확인하고, 해당 지점 인근에 드론을 띄어 수색하는 방식이었다.

드론은 전달받은 GPS 좌표로 곧장 날아갔다. 드론이 공중에서 촬영한 영상은 드론수색팀의 모니터로 실시간 전송됐다. 모니터 왼쪽에는 드론이 위치한 GPS 좌표가, 오른쪽에는 열화상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보였다.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한 수색은 보통 야간에 활용된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카메라 ‘줌인’과 ‘줌아웃’을 하기를 수차례, 드론의 프로펠러 소리를 들은 실종자가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곧바로 산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체취증거견팀이 드론이 떠 있는 곳으로 투입됐다. 체취증거견은 실종자의 냄새를 포착해 실종자를 찾아내는 개다. 이윽고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무전이 들렸다.

드론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발목 부상을 당한 실종자가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는 경로도 탐색해야 한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산 주변 지형지물을 확인한 드론수색팀은 무전을 통해 “동쪽은 절벽이 있고, 남쪽은 경사가 심해 위험하다”며 “서쪽으로 우회해 이동하기 바란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휴일·야간 중 신속한 출동을 위해 경찰특공대를 거점서로 지정했다. 거점서는 ‘전진기지’ 역할을 한다. 드론수색팀이 출동하는 데 멀리 떨어진 곳에 수색이 필요한 경우 물리적으로 더 가까운 거점서가 우선 출동하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드론 운영과 관련한 자격증을 갖춘 전문인력 50명을 새롭게 확충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이 필요한 경우 50명이 모여있는 단체 대화방에 출동 요청을 하면, 비번 등 시간이 비는 인력이 지원을 나오는 방식이다.

경찰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실종자 수색에 기동대 등 경력을 동원하는 것보다 드론을 활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드론의 활용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춘천 의암호에서 전복된 선박의 실종자 수색에도 드론이 활용됐고, 최근에는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김가을씨 수색에도 드론수색팀이 투입됐다. 이상준 서울경찰청 드론 전문요원은 “드론은 사람이 갈 수 없는 절벽 같은 곳을 갈 수 있으니 효율이 좋다”며 “사람은 수십 명이 수색하는 효과를 드론은 1대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용동 서울경찰청 드론 전문요원이 지난달 2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기동경찰교육훈련센터에서 수색용 드론을 조종하며 실종자 수색 훈련을 하고 있다. /이학준 기자

서울경찰청이 사용하고 있는 수색용 드론은 5000만원에 달하는 고가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 1대만 3000만원 수준이다. ‘광학 줌’이 30배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광학 줌의 장점 중 하나는 이미지를 확대해도 화질 저하가 없다는 점이다. 또 사건과 관계가 없는 일반인이 드론에 의해 촬영될 경우 관련 영상은 개인정보로 취급돼 영상을 탈취당하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했다.

경찰은 드론을 ▲피의자 추적 등 수사 ▲집회·시위 과정에서의 증거수집 ▲교통단속 ▲순찰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2019년 발표된 ‘드론을 활용한 경찰의 범죄예방 효과 연구’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1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7명이 강력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경찰서에 드론을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범죄가 발생해 지구대·파출소 인원이 현장으로 출동할 경우 나타나는 치안 공백을 드론이 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드론이 일선 치안과 수사 분야에서 활용되려면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범죄의 예방 등을 위해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운영할 수 있지만, 이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된다. 사실상 고정된 상황에서 한 장소만 비추는 폐쇄회로(CC)TV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곳곳을 촬영할 수 있는 드론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드론이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지혜 서울경찰청 장비계장은 “드론을 활용한 순찰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법령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고가의 장비에도 불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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