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 잘못 찾은 '만5세 입학'..국민 65% '유아교육 의무화' 원해
OECD 상당수 5세 이하부터 의무교육..만5세 입학은 4개국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겠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철회 요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유아교육 의무화'가 그 대안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7일 나온다.
교육부는 그간 "아이들을 좀 더 빨리 공교육 체계 안에 들여 출발선상에서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취학연령 하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교육계와 학부모는 만5세 취학 시 학교생활 부적응, 조기 사교육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 우려하며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이런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취학연령 하향이 아닌 유아교육 의무화를 통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부분 무상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 만3~5세 누리과정 교육을 완전 무상으로 실시하고, 만4~5세를 의무교육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제안은 지난 4일 열린 '윤석열 정부의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철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정부가 공언한 바와 같이 영유아의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추구하고 학부모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유아학교 시스템 내에서 만5세부터 단계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봤다.
앞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유사한 내용의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21년 11월, 만 0~3세 보육은 어린이집으로 단일화하고 만4~5세 교육은 유아학교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무교육 시작 연령을 낮추는 것은 국제적 추세이기도 하다. 2018년 기준 OECD 회원 38개국 가운데 의무교육을 5세 이하부터 시작하는 곳은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15개국이다. 프랑스는 2019년부터 의무교육 연령을 만3세로 낮췄다.
만5세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국가가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영국 등 4개국에 그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마저도 영국의 경우 5~6세 교육은 유아교육과 보육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지고 초등교육은 그 이후에 이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학부모들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돼있다. 지난 3일 열린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유치원 학부모의 간담회에서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 의무교육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020년생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물론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학부모들은 유치원, 어린이집 제도에 만족하고 있다"며 "기존 유치원 제도에서 만4~5세의 의무교육을 추진하는 안도 있는데 무리하게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도 만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해야 한다는 데 30~60대 성인 1550명 가운데 64.6%가 찬성 의견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학연령을 낮추는 데는 65.0%가 반대했다.
이에 장상윤 차관은 유아교육 의무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정책 선회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장 차관은 간담회에서 "만4~5세를 의무교육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도 저희가 검토하고 고려해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목적은 교육과 돌봄을 국가 차원에서 책임지고 제공해드리는 시스템을 갖춰보자는 것이고 그걸 초등이 담당할지 유아교육 시스템에서 담당할지는 조금 더 장단점을 살펴봐야 될 것 같다"고 공감하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장 차관은 "다만 유치원이 전국 8600여개 있는데 42%가 사립이다. 어린이집도 50%가 민간"이라며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으로 바꿀 때 관리주체, 교사 자격 문제, 서비스의 질 등 선결과제가 있기 때문에 생각을 해보고 선택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박 팀장은 "사립유치원이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이므로 사립학교로서 기능하도록 제도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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