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안에서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2. 8.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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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구약성경 중 '전도서'의 한 대목. 프로화가 많이 진행됐거나 올림픽에 채택된 종목이면 정말 새로운 전략과 전술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스포츠는 정해진 룰 안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

소개할 세 개의 사례는 해당 룰 안에서 기발하고 유용했기에 최근 유행되는 전략을 만든 '좋은' 사례와 그리고 그동안의 방식과 상식을 깬 성과를 냈지만 스스로 무너진 '나쁜' 사례, 룰 안에서 문제될 건 없었지만 상대를 자극하기만 해 패배로 이끈 '이상한' 사례다.

'나쁜놈' 투브신바야(상단 왼쪽), '이상한놈' 토니 라루사 감독(상단 오른쪽), '좋은놈' 브로조비치.ⓒAFPBBNews = News1

▶'좋은놈' : 프리킥 수비 때 수비벽 밑에 드러눕기

2018년 10월.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인터 밀란(이탈리아)간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

후반 20분, 약 25m도 안되는 지점에서 바르셀로나는 프리킥 득점 기회를 맞는다. 키커는 루이스 수아레즈. 빠르고 정교한 킥으로 유명한 수아레즈는 수비 벽을 넘기는 선택보다 기습적으로 수비가 뜬 사이 그 밑을 노린 낮은 킥을 했다.

하지만 인터밀란의 마르셀로 브로조비치는 예상했다는 듯 수비벽 뒤에 서있다 갑자기 드러누웠고 수아레즈의 킥은 브로조비치 몸에 맞고 코너아웃됐다.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리오넬 메시도 이 수비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수비는 경기 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투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이 수비 영상이 상당히 많은 조회수를 끌어모았고 SNS 등에서도 큰 화제였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브로조비치는 세트비스 수비의 개척자"라며 주목하기도 했다.

물론 브로조비치가 이런 수비법을 가장 먼저 한 선수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 경기가 세계적으로 주목되던 바르셀로나와 인터 밀란의 경기였고 이 경기 후 지금까지 프리킥 수비시에 수비벽이 떴을 때 막을 드러눕는 선수의 존재가 당연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종종 이 드러누운 수비의 존재로 인해 공이 맞고 나오는 경우가 연출되고 있고 이런 선수가 있기에 아예 밑으로 차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어떤 부정적인 수비법도 아닌 룰안에서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낸 '좋은'사례인 셈이다.

브로조비치 이후 유행하고 정착된 프리킥 수비시 드러눕기. ⓒAFPBBNews = News1

▶'나쁜놈' : 유도 변칙기술로 올림픽 金… 살인자 전락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100kg급. 몽골 무명의 선수가 '괴상한 전략'으로 상대들을 단숨에 제압한다. 32강에서 직전 대회 금메달리스트를, 8강에서는 직전 대회 은메달리스트 한국의 장성호를 꺾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까지 차지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이단 투브신바야. 유도는 상체기술을 이용해 상대를 쓰러뜨리거나 넘어뜨리는게 일반적이다. 9대1 혹은 8대2 비율로 상체 기술이 많고 메치는 기술 위주다. 하지만 투브신바야는 하체를 공격해 다리를 잡아 들어올리는 변칙 기술로만 32강부터 결승까지 모두 상대를 쓰러뜨려 금메달을 따냈다.

일반적인 유도 상식과 기술과는 정반대였고 몽골 전통 씨름 부흐 출신으로 100kg의 거구들을 들어올릴 힘도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변칙이었다. 4년 후인 2012년 국제유도연맹(IJF)이 하체 공격을 금지하는 규정 변경으로 인해 더 이상 하체 공격을 볼 수 없게 됐지만

의 하체 공략은 그때까지 허용되는 룰안에서 변칙적이면서도 쉽게 방어하기 힘들어 유도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4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친구를 폭행해 사망까지 시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때까지 허용되는 유도의 룰안에서는 변칙을 잘 활용했지만 사회의 룰은 지키지 않은 나쁜놈이었던 셈이다.

상체 위주 공격이 주인 유도에서 변칙적인 하체공격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투브신바야.ⓒAFPBBNews = News1

▶'이상한놈' : 2스트라이크에 고의4구 지시, 상대 자극시켜 패배

축구를 벗어나 야구로 가보자. 지난 6월 10일 LA다저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간의 메이저리그 경기. 7-5로 앞서던 다저스가 6회초 2사 1루의 기회를 잡는다. 다저스 타자 트레이 터너의 타석 때 화이트삭스 투수 베넷 수사 노볼 투스크라이크의 유리한 기회에서 폭투를 던졌다. 이로 인해 1루주자는 2루로 갔고 볼카운트는 1-2가 된다.

바로 이때 놀라운 결정이 내려진다. 화이트삭스 토니 라루사 감독이 고의4구를 지시한 것. 물론 1루가 비었기에 고의4구를 지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벌써 2스트라이크나 잡았고 1-2의 투수에게 매우 유리한 볼카운트였다는 점이다.

화이트삭스 관중들은 "2스트라이크야 토니(감독 이름)!"라고 외쳤고 고의4구를 받은 터너도 경기 후 "매우 혼란스러웠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음 타자가 맥스 먼시였기 때문에 내린 선택. 분명 먼시는 부상 등으로 경기 직전 16번의 타석에서 1안타밖에 못 쳤을 정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먼시는 2스트라이크로 몰린 타자를 거르고 자신을 선택한 것에 분노했고 그 분노를 곧바로 3점홈런으로 되갚았다. 먼시는 홈런을 치고 들어오며 상대 벤치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자신을 무시한 대가가 무엇인지 상기시켰다. 결국 이 득점으로 다저스가 11-9로 승리했다.

먼시는 이후 "무시당했다고 여겼다. 2스트라이크에서 고의4구를 보내는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이트삭스의 라루사 감독은 "터너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좌완을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하는 선수다. 먼시가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오히려 이 질문이 옳은지 묻고 싶다"며 의문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이 사건은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크게 비난을 받고 화제에 올라 이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라루사 감독을 '노망이 들었다'며 의심케한 이상한 전략이 되고 말았다. 

라루사 감독(상단)의 이상한 지시를 홈런으로 되갚은 먼시. ⓒAFPBBNews = News1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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