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진격의 K-방산' 초대박 비결은

정충신 기자 2022. 8. 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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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 경공격기 : FA-50 경공격기. 연합뉴스
레드백 장갑차. 한화디펜스 제공 : 레드백 궤도형 장갑차. 호주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화디펜스 제공
K2 흑표전차 운행 모습. 현대로템 제공

■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폴란드와 25조원대 K2 전차·K9 자주포·FA-50 경공격기 기본계약 체결

호주서 K9 이어 수집조원대 레드백·잠수함 패키지딜 추진

폴란드 등 한국과 방산 기술제휴 위한 전략적 선택 늘어

폴란드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한국으로부터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대표적인 K-무기 3종 세트를 구매하는 내용의 기본계약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총 20조 원 규모다.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신(新)냉전 기류로 세계 각국의 군비증강이 촉발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방산 수요가 폭발적 늘어난 탓이다.

중국의 군비증강에 맞서 국방비를 늘린 호주도 지난해 1조 9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를 도입한 데 이어 오는 9월로 예정된 육군 차세대 보병 전투장갑차 사업(랜드 400 3단계) 경쟁입찰에서 한화시스템의 ‘레드백’을 선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레드백 호주 수출 규모는 1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K-방산’이 최근 수출 전선에서 연이어 잭팟을 터뜨리는 배경에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에 기반한 동급 최고 수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생산라인까지 갖춘 한국의 방위산업 역량이 높이 평가받으면서, 각국이 기술 제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한국과 전략적 제휴를 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박 수출 행진 … ‘진격의 K-방산’

폴란드와 맺은 기본계약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0문, FA-50 48대 등으로 한국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계약은 각 무기 제조사인 현대로템(K2), 한화디펜스(K9), 한국항공우주산업(FA-50)과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업체는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까지 본계약에 해당하는 이행계약을 체결, 구체적인 수량과 금액을 확정하게 된다. 지금으로선 개략적으로 1차 계약만 10조원대 후반에 달하는 25조원대 사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탄약 운반 장갑차, 지원 전차, 탄약 등 무장과 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면 총 사업 규모가 40조원 이상 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LIG 넥스원의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의 경우 35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조2000억원) 규모로, 단일 국산 무기 수출로는 사상 최대였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수출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지난 2월 이집트와는 2조원대 K9 수출 을 추진했다.

◇폴란드가 FA-50 개량형을 선택한 이유

재정 여력이 크지 않은 국가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경량 전투기를 찾게 되면서 FA-50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폴란드는 최근 FA-50 성능 개량 버전을 36개월 내 납품할 수 있느냐는 질의서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 정부에 보내왔다고 한다. 폴란드 공군은 그동안 운용하던 러시아제 미그(MiG)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공여하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미국·유럽 전투기들과 호환 가능한 항공 전력을 물색하던 중 가장 적합한 전투기로 FA-50을 점찍은 것이다.

폴란드는 FA-50을 총 48대 도입하는데, 내년 중 12대가 먼저 인도된다. FA-50이 유럽 시장에 수출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유럽 수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FA-50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동체가 같다. 전투기에나 사용되는 강력한 F404 엔진을 탑재해 마하 1.5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미니 F-16’으로 불릴 만큼 ‘가성비’가 높다. 현재 필리핀과 이라크 공군이 운용 중이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기체여서 항전 장비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정밀 유도무기인 합동정밀직격탄(JDAM), AIM-9 ‘사이드와인더’ 대공 미사일,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등을 장착한다.

KAI는 FA-50이라는 파생형 개발을 추진했고, 지금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4.5세대 전투기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는 개량형을 준비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 개량형 FA-50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 중인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탑재할 뿐 아니라 고성능 항공전자장비 설치, 중거리공대공미사일 운용 능력과 공중급유 능력 부여, 다양한 정밀유도무기 운용 능력 등을 갖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AESA 레이더를 탑재하고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나아가 장거리 공대공미사일까지 갖춘다면 4.5세대 전투기인 한국의 KF-16U, 대만의 F-16V 또는 스웨덴 JAS-39 그리펜(Gripen)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는 왜 독일산 대신 한국산을 택했나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 2일(현지시간) 폴란드가 최근 구매를 결정한 한국산 FA-50과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다룬 기획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한국산 무기가 세계 최강 수준은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고 품질도 좋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둘러본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번 한국과 무기 계약은 최근 몇 년간 방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지체 없이 폴란드군을 무장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맞닥뜨린 폴란드로서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초래된 안보 공백을 최단기간에 해결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자국의 방위산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제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폴란드가 전략적 방산 파트너로 한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는 대규모 국방비 투자를 통해 자국의 안전 보장 능력 강화와 방위산업 육성, 미래형 무기 개발을 통한 무기 수출 확대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영국 등 대부분의 방산 선진국들이 클래식 전차나 자주포 등 육군의 기본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데 비해 한국은 북한의 전차·장사정포와 위협에 맞서야 하는 특수한 안보환경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덕분에 세계 최고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제정세의 급변 속에 이 같은 투자가 빛을 보게 된 셈이다.

◇폴란드 이어 호주로 수출 대박 행진 이어가나

폴란드와 대규모 ‘패키지딜’을 성사한 데 이어 K-방산의 최대 관심사는 호주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4일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과 한·호주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양국 간 국방·방위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는 181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육군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레드백 궤도형 장갑차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드백은 K21 장갑차를 기반으로 호주 현지 조건에 맞춰 개발한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레드백은 무게 42t, 최대 시속 65㎞다. 무장과 방호시스템에는 이스라엘과 호주의 최신 기술을 접목했다. 주무장인 30㎜ 기관포가 탑재되는 포탑은 이스라엘 엘빗사 기술을, 원격사격통제체계는 호주 일렉트로옵틱시스템스(EOS)을 적용한다.

레드백은 2020년 독일 라인메탈 디펜스의 ‘링스 KF-41’과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한화디펜스는 시험평가용 시제품 3대를 호주에 납품하는 계약을 일사천리로 맺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9월쯤 선정된다. 경쟁 중인 독일 링스 장갑차는 무장까지 포함하면 50t에 육박해 기동성이 레드백에 비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레드백 호주 수출 여부를 미국 장갑차 사업 수주를 위한 전초전으로 평가한다. 레드백이 호주 ‘랜드(LAND) 400 3단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50조 원에 달하는 미군 ‘M2 브래들리’ 장갑차 4000대 교체 사업에 유력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00t급 이상 중형 국산 잠수함 수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호주는 퇴역이 예상되는 현 콜린스급 잠수함 6척을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1일 캔버라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방산 과학기술 콘퍼런스’에서 장보고-Ⅲ 잠수함 모델 2종을 소개했다. 호주는 지난해 미국·영국과 오커스(AUKUS) 동맹을 맺고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받기로 했지만, 기존 재래식 잠수함 퇴역이 더 빠를 전망이어서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종섭 장관은 양국 방산협력 등을 논의한 한·호주 국방장관회담 다음날인 5일 말스 부총리 지역구이자 이미 수출 계약을 체결한 K9 자주포 공장이 들어설 빅토리아주 질롱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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