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문제, 출제자도 모르게 매매..'저작권 위반' 수사

정해주 2022. 8. 6.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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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출제됐던 문제가 뭐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기출 문제 풀어보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돈을 받고 팔고 있고, 저작권 문제도 있습니다.

정해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7년차 교사 김수용 씨는 중·고등학교에서 윤리 과목을 가르쳐 왔습니다.

매학기마다 중간·기말 시험도 출제했는데, 자신이 만든 문제들이, 인터넷에서 유료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기출 문제를 판매한다는 사이트에 학교 이름을 넣어 봤더니, 김 씨가 출제했던 문제가 그대로 검색돼 나왔습니다.

[김수용/고등학교 교사 : "3, 4주 고민하면서 문제를 수정하고, 다시 만들고 이렇게 하면서 출제한 건데...좀 화가 나기도 하고..."]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출제된 거의 모든 과목 시험 문제들이 이렇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내려받기' 가격은 과목 당 1,600원입니다.

[김민서/고등학교 1학년 : "주변의 친구들이 많이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알게됐어요. 아무래도 기출 유형을 많이 하면 시험 대비할 때 유리하니깐..."]

상당수 학교에선,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문제지를 소지할 수 있습니다.

업체들은 이걸 여러 경로로 입수한 뒤 자신들의 '판매용' 기출문제로 재구성하는 겁니다.

하지만, 학교 시험도 법적으로 엄연한 '저작물'입니다.

"기명 출제는 교사가, 무기명 출제는 교육청이나 학교재단에서 저작권을 갖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를 영리 행위에 이용하려면 저작권자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교육' 정보를 '사교육' 시장에 유통시켜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 내신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습니다.

[김수용/고등학교 교사 : "누군가는 그렇게 정보를 알고 돈이 있으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누군가는 정보를 모르면은 그걸 활용하지도 못하고..."]

경찰은 최근 시민단체 고발을 받아 판매 사이트 한 곳을 수사 중입니다.

해당 업체 측은 취재진 문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 이제우 안민식 하정현/영상편집:최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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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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