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아시아서 퇴장했지만 후폭풍 지속..뒷감당은 누가하나

강민경 기자 2022. 8. 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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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방문, 대만 인근 미 동맹국 입지 약화해
중국 군사훈련 일상화..갈등 관리하려던 미 곤란
5일(현지시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일본 도쿄의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극렬한 반대 속에 대만을 방문한 뒤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순방 자체는 무사히 끝났지만 그 여파는 대만과 그 주변 국가들, 그리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중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전례 없는 규모의 무력시위를 시작했고, 대만산 과일과 생선 등 수백여 종의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경제 보복에도 나섰다. 대만 정부 웹사이트들은 사이버 공격에 시달렸다.

중국에서 쏘아올린 미사일이 처음으로 대만 타이베이 인근 상공을 통과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사법·기후변화 등 8개 영역에서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5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 있는 주일본 미국대사관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미국 하원의원과 그레고리 믹스 미국 하원의원이 나란히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기현 기자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이 현재로서는 군사 충돌을 감행할 의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오판으로 인해 미국이나 대만 군과 부딪힐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중국의 군사력 과시에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도 펠로시 의장의 이번 방문이 중국에 군사력과 경제력에 대항하려는 미국의 동맹국의 입지를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의 이성현 연구원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미국의 대처는 우려스러웠다"며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의 힘을 보여줬고 동맹국의 역할을 감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잠재적 대응이 워싱턴에서 열띤 논쟁이 되는 건 중국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걸 보여준다"며 "미국의 망설임은 이미 모두가 목격했고 이는 해당 지역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게 아주 형편없는 외교적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깊은 만큼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공연히 중국을 자극해 역내 불안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중국 군사훈련 일상화될 수도

특히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현 최서단 해역이 대만과 접해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군이 미사일을 EEZ 내에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군사훈련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타니 데쓰오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은 NYT 인터뷰에서 "이번 훈련은 사흘 동안만 진행되겠지만, 이런 종류의 대규모 훈련이 향후 몇 년 동안 일상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번 군사훈련을 계기로 일본의 방위비 증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일본 프로그램 책임자인 유키 다쓰미는 "중국 미사일이 일본 EEZ에 착륙하는 것을 목격한 이상 실제로 방위비를 더 빨리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북한의 잇단 도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계기로 방위비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다쓰미는 일본이 장기적으로 방위 태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방위비 증강 논의에 속도가 붙고, 미국과 일본 사이의 대화도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알카에다 수장으로 활동하던 아이만 알자와히리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바이든 더 약해 보일 것…'갈등 관리' 어려워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시기가 특히 좋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 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연구원은 "징고이즘(맹목적 애국주의)이 강조되는 인민해방군 창설 기념일과 겹쳤다"며 "시 주석도 3선을 목표로 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미국 앞에서 유순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펠로시 의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원이라는 사실은 모욕과 상처가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의 시각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이 더 약해 보이거나 방조자로 읽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여러 차례 화상으로 대화하며 양국의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냉전식 가드레일 설정을 촉구했지만 이젠 어려워졌다.

중국 베이징의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연구소의 왕후이야오 소장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25년 이상 지속된 규범과 패턴을 깨뜨렸다"며 "지금 중국이 실시하는 훈련은 전례가 없다. 이는 양측 모두 현상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인데,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우호 협력 분야였던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미국과 대화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군사 대화도 멈췄다.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대화 또한 취소했으며 형사사법 협력과 마약 퇴치 협력 또한 중단됐다. 중국과의 갈등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공언해 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더없이 골치아픈 일이 됐다.

유엔주재 싱가포르 대사를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CNBC 인터뷰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보다 더 현명하게, 덜 위험한 방법으로 대만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이번 방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우시칸은 "대만에는 지원이 필요하고, 대만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방문이) 가치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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