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영주댐, '녹조 라떼' 배양장으로 전락"..수문 개방이 해결법 주장

김현수 기자 2022. 8. 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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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위치한 영주댐 일대에 6일 녹조가 발생해 짙은 녹색 빛을 띠고 있다. 김현수 기자

“영주댐은 거대한 녹조 라떼 배양장으로 전락했습니다.”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남조류가 뿜어내는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경향신문 7월29일자 2면 보도 등) 환경단체와 학계가 사흘간의 현장 조사를 마무리한 6일 이 같이 밝혔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은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부터 경북 영주댐까지 낙동강 전 구역에서 물과 흙을 수거했고, 이에 대한 독성 농도 등을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과거 1급수였던 상주보에는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 유충이 나오고 있다”며 “상주보가 완공되고 물길이 닫힌 지 10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수질이다.

이어 정 생태보존국장은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주댐 전체에 녹조가 창궐했다”며 “이런 물로는 낙동강 수질 개선이 불가능하다. 낙동강 수문 개방만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6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위치한 영주댐 선착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단체는 이날 상주보 선착장 흙 4삽을 떠서 확인한 결과 깔따구 유충 21마리와 실지렁이 2마리를 채집했다고 밝혔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녹조가 뒤범벅된 물을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의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는) 고도정수 처리해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고도정수과정에서 총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온다. 애초에 고도정수 처리할 필요가 없는 원수를 먹는 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28일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문산정수장에서 각각 0.281㎍/ℓ, 0.268㎍/ℓ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부경대 연구진이 진행한 이번 분석에서 고산정수장을 거친 수돗물에서도 같은 물질이 0.226㎍/ℓ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남조류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다. 마시거나 피부에 닿는 등 몸에 흡수되면 간과 폐, 생식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 약 200종 가운데 현재까지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확인된 물질(LR)의 먹는 물 권고 기준을 1㎍/ℓ 이하로 정하고 있다. 한국도 이 기준에 따르고 있다.

경북 상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상주보 흙에서 채집된 깔따구 유충. 김현수 기자

부경대 연구진은 2종류의 ‘ELISA’(효소결합 면역흡착분석법) 진단키트를 사용해 수돗물을 검사했다. 이 방식은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원과 항체 반응을 통해 모든 마이크로시스틴(200여종 총합)을 분석한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는 환경단체의 지적과 달리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대구시는 부경대의 검사 방식(진단키트)이 신뢰도가 낮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낮은 농도로 검출될 경우 ELISA 키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대구시의 발표와 달리 부경대 연구팀이 찍은 현미경 사진에는 녹조균이 드러났다. 마이크로시스팀도 1.4ppb가 검출됐다”며 “이러한 현상은 환경부와 대구시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하거나 분석 장비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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