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취학' 반대에도 시간끄는 교육부..박순애 사퇴론 확산

한진주 2022. 8. 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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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언급한 이후에도 '공론화' 입장 고수
설문 결과 학부모·교원 98%가 추진 반대
박순애 부총리 기자들 질문 '패싱' 후 국회 찾아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등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취학연령 하향 관련 개편안 철회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만5세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발표된 이후 학부모 단체들과 교원 단체들이 철회를 촉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공론화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6일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오는 8일부터 주요지역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9일부터 다시 집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5일 범국민연대는 총력집회를 열어 정책 철회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범국민연대 공동대표단은 "학제 개편에 대해 교육부 차관, 교육부 장관, 대통령 대변인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범국민연대는 대통령 면담을 요청, 면담을 통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것을 요구했다"며 "학부모를 불안에 떨게 하고 영유아의 발달과 놀 권리를 침해하는 만5세 초등 입학 정책을 즉각 취소하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나서서 발언하기도 했다. 4학년인 한 어린이는 "7살 동생들이 초등학교에 간다면, 학교에는 뾰족하고 딱딱한 물건들이 많아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 정 모 어린이는 "7살 동생들이 학교에 다니지 말고 유치원에서 친구들이랑 많이 어울리고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만 5세 조기 입학은 학생과 학부모가 외면한 유명무실한 제도"라며 "아이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좌우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대 여론은 여론조사 지표에서도 입증됐다. 강득구 의원실에서 만5세 취학 연령 하향 관련 학생·학부모·교원 13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9%가 반대했다. '매우 반대'를 선택한 비율은 95.2%에 달했다. 정책 추진 절차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도 98%가 동의하지 않았고, 학부모·교원 등 관계자 의견을 반영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답변도 94.9%에 달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말한 25%씩 분할해 조기 입학을 추진하는 방안에 도 97.9%가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학생 발달단계에 맞지 않아 연령이 낮은 학생들이 피해(68.3%) △영유아 교육시스템 축소·붕괴(53.3%) △조기교육 열풍으로 사교육비 폭증 우려(52.7%) 순으로 많았다.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등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취학연령 하향 관련 개편안 철회 촉구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 부총리는 지난 3일 학부모 간담회에서 '폐기'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지만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대국민 설문 등 공론화를 거친 후 결정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당시 박 부총리는 "정책은 수정, 변경, 전환될 수 있다"며 "국민들이 정말 이 정책(만5세 취학 연령 하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논의된 사항들이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조만간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신속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도출된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국민 수요조사를 설계해서 9월 정도부터는 시작할 것이며 연말까지는 의견 조사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론이나 대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4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사회적 논의로 제안을 하고 절차적으로 시도교육청이나 학부모,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교육위원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나 논의를 시작하려고 했던 상황"이라며 "2025년부터 4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처럼 알려진 부분은 교육부에서 소홀함이 있었다. 저희(교육부)의 불찰"이라고 했다.

교육부가 공론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재검토' 계획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여론이 거센데다 실익이 적다는 점, 이전 정부도 여러차례 실패했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정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4일 2학기 학사운영방안 브리핑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브리핑실을 떠나고 있다.

교육부가 이처럼 시간 끌기에 나서면서 박순애 부총리 사퇴 요구도 확산하고 있다.

4일 박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2022학년도 2학기 학사운영방안' 브리핑에서 인사말만 낭독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서울에서 일정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날 박 부총리는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을 앞두고 교육부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던 여당 의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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