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했던 F1은 잊어라..전기차 레이싱 '포뮬러E'가 온다

한겨레 2022. 8. 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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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한국 흥행참패, F'E' 재도전
서울 시내 서킷, 직접 참여도 가능
모터스포츠 불모지서 꽃필까
지난 2월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포뮬러E 레이스. FIA 제공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2010년은 잊을 수가 없는 해였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전라남도 영암 서킷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주최 쪽은 2010년부터 7년간 개최하기로 계약해 F1 불모지였던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국제자동차연맹(FIA)은 한국 그랑프리와 일본 그랑프리, 싱가포르 그랑프리를 묶어 ‘아시아 투어’라고 칭하며 유럽과 북아메리카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아시아 시장 공략 마지막 퍼즐을 한국 그랑프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배터리 관리도 경기력 관건

결과는 처참했다. 준비부터 삐걱거렸다. 보통 서킷 경주 적격 여부는 3개월 전에 완료돼야 하는데 공사가 늦어져 경기 2주 전에 검수를 받은 것은 물론 일부 스탠드 안전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관람객 숙소도 확보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어설픈 경주 및 중계 운영 등 여러 잡음이 겹치면서 첫번째 한국 그랑프리는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원인이었을까? 이후 다양한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노력했지만 국내 F1 인기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결국 7년 계약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F1 코리아는 2013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리고 2022년, 또 하나의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국내에 상륙한다. 이번엔 포뮬러이(FE)다. 포뮬러원을 비롯한 모터스포츠는 환경 문제 때문에 지속적인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모터스포츠 특성상 소음 공해와 온실가스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자동차연맹이 제시한 카테고리가 포뮬러E다. 이것은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파워트레인으로 사용해 순수하게 전기로만 구동하는 경주다.

포뮬러원(F1)을 주최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개최하는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E가 13~14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다. FIA 제공

국내 모터스포츠 시장에서 이 경주 개최는 꽤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2018년 포뮬러E 사무국과 매니지먼트 업체가 선정되면서 2019~2020 시즌을 시작으로 총 5년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으며, 이후 방탄소년단(비티에스·BTS)을 포뮬러E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해 흥행 요소에도 공을 들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점차 잊혀 갔다. 우여곡절의 끝, 2022년 8월13~14일 포뮬러E가 시동을 건다.

이 경주가 열리는 장소는 상설 서킷이 아닌 잠실 종합운동장을 중심에 둔 시가지 서킷이다. 이산화탄소와 같은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내연기관을 품은 모터스포츠 경주차보다 소음이 크지 않아 도심에서도 경주가 가능한 덕분이다. 서킷으로 가서 경주를 봐야 하는 부담을 줄여 사람들의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킷 총길이는 2618미터로 코너 총 22개가 배치된다. 관람석이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만 마련돼 극단적인 코너 전략을 보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포뮬러E 서울 그랑프리 이벤트 디렉터는 가장 많은 추월이 일어나는 공간을 주경기장 내부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2021~22 시즌 포뮬러E는 총 11개 팀이 참가한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메르세데스-EQ를 비롯해 DS 테치타, 벤추리, 포르쉐(포르셰), 마힌드라, 재규어, 엔비전, 닛산 e.담스, 드래곤/펜스케, 니오 등이 우승컵을 획득하기 위해 경쟁한다. 팀당 드라이버는 2명으로 드라이버 22명이 경기에 나선다.

경기는 스탠딩 스타트로 시작된다. F1과 같은 방식을 취하지만 경주 방식은 차이가 있다. 보통 모터스포츠 경기는 정해진 구간과 바퀴를 먼저 도는 드라이버가 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포뮬러E는 충전이라는 변수 때문에 총 45분 경기가 열리며 45분 뒤 선두가 결승점을 통과한 뒤 한 바퀴를 더 돌면 경기가 끝난다.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45분간의 내구레이스 방식은 배터리 관리가 필수다. 경기 초반 배터리를 무리하게 사용해 속도를 끌어올리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경기 후반엔 속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기를 끝마칠 때 배터리를 모두 쓰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온 힘을 쓰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드라이버나 팀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포뮬러E에는 다른 모터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경기 규칙이 있는데, 팬 부스트다. 팬 부스트는 관객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규칙으로 팬이 직접적으로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 팬 부스트는 경주 6일 전부터 온라인 투표와 에스엔에스(SNS) 해시태그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다섯 드라이버에게 추가로 더 높은 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경기 시작 22분 뒤부터 단 한번 5초간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데, 부스트 모드와 다르게 드라이버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으며 사용할 경우 헤일로(드라이버의 머리를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보라색으로 바뀌며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드라이버들은 팬 부스트를 얻기 위해서라도 더 공격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경주를 관객들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F1 그랑프리 악몽서 벗어날 수 있을까

포뮬러E 서울 그랑프리는 2013년 F1 한국 그랑프리의 악몽에서 벗어나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지겠지만, 양상은 확실히 2013년과는 다르다. 일단 이번 전기차 경주는 단순히 모터스포츠 행사만으로 기획한 것이 아닌 서울시가 8월10~14일 운영하는 ‘서울페스타 2022’의 하나로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기회가 제공된다. 이런 시도는 모터스포츠의 불모지와 같은 한국 시장에서 모터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매력적인 장치다.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번 전기차 경주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 이번까지 실패로 돌아간다면 국내에서 국제자동차연맹 챔피언십급 대회를 만날 일은 정말 없을 것 같다.

김선관(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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