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인 듯, 모네 아닌' AI 그림..예술적 가치 있을까? [아트마켓 사용설명서]

송경은 2022. 8. 6. 15: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생성해낸 그림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오비우스(Obvious)'란 단체가 제작했다.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추정가의 40배가 넘는 43만2500달러(약 5억6225만원)에 낙찰됐다. <사진 제공=크리스티>
[아트마켓 사용설명서-26] 인공지능(AI)이 일상 곳곳에 스며들면서 이제는 AI가 예술의 영역도 넘보는 시대가 됐다.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품 경매에서 수억 원 이상의 거액에 팔려나가는가 하면 세계적인 명화들을 학습한 AI가 비슷한 풍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면서 마치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현실에 살아 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AI가 그림을 그리는(이미지를 생성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풍경 사진 같은 기존 이미지를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나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같은 명화 스타일로 바꿔 주는 방식이다. 색감, 질감 등 형식은 명화에서 잡아내고 전체적인 구도나 사물의 형태 등 내용은 풍경 사진에서 찾아 이 둘을 조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공신경망의 일종인 '데이터 쌍을 이용한 생성 모델(GAN)'을 이용해 명화에 가까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AI 지도학습은 입력값(풍경 사진)에 대한 출력값(명화 스타일로 변환된 그림)의 정답을 가르치는 방식이었지만 GAN은 두 대상 이미지의 공통 특성을 스스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GAN은 이미지를 생성하는 네트워크와 이 이미지를 판별하는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다. 클로드 모네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만든 AI를 예로 들면 한쪽 인공신경망에서는 모네의 그림과 비슷한 이미지를 생성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 이미지가 실제 모네가 그린 그림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 두 네트워크가 경쟁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한쪽은 점점 더 엄격한 기준으로 그림의 진위 여부를 판가름하게 되고, 그럴수록 다른 한쪽은 더 진짜 같은 모네 그림을 생성하게 되는 원리다.

주목할 것은 AI가 생성해낸 이미지들은 진짜 모네가 그렸을 법한 그림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진짜 모네 그림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형식, 기법 등 측면에서 보면 '완벽한 모방'에 가까운 셈이다.

최근에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특정 단어를 통해 연상되는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그림을 생성해내는 AI도 등장했다. 카카오의 AI 전문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AI '민달리(minDALL-E)'가 대표적이다. 민달리는 작품을 묘사하는 내용의 작품명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물론 텍스트와 부합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사전에 학습했다. 이 역시 모방의 조합이다.

독일·미국 공동 연구진이 2015년 개발한 인공지능(AI)이 풍경사진(왼쪽)에 담긴 내용(구도, 사물 형태 등)에 반 고흐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의 화풍 스타일(색감, 질감, 기법 등)을 입혀 생성한 그림. <사진 제공=튀빙겐 에버하르트 카를대>
AI가 그린(생성한) 그림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분분하다. 미술계는 대체로 비판적이다. 예술 작품은 작가가 개인적 경험이나 사회 현상을 토대로 오랜 고찰 끝에 내놓은 연구 결과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연구 과정 없이 결과물만 비슷하게 만든 것이 무슨 예술적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또 표현 방식에 있어 AI는 독창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모방이라고 할지라도 예술가들은 모방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반면, AI는 모방하는 행위 그 자체를 사람보다 더욱 정교하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AlphaGo)'가 바둑 게임을 통해 딥러닝 기술의 수준을 입증한 것처럼 AI가 내놓는 그림은 아직까진 예술 작품(작가만의 고찰을 통해 탄생한 독창적인 형태의 연구 결과) 그 자체보다는 AI의 기술 수준을 보여 주는 근거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AI는 패션,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는 AI가 명화들의 특징을 학습해 이미지를 생성해내는 만큼 좋은 그림의 다양한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충분히 예술 작품이 주는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적어도 AI 화가가 '파블로 피카소가 21세기를 살아간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까?' 같은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게 만들어 준 것만은 확실하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