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꿈꾼다고? 일해야 하는 노인 늘어나고 있다

정남구 입력 2022. 8. 6. 11:25 수정 2022. 8. 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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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한겨레S] 정남구의 경제 톡
노년층 빈곤
70살 넘어도 넷 중 하나 일하지만
노인 빈곤율 38.9% OECD 최상위권
고령화, 소득격차·빈곤 확대 배경
경제 선순환 악영향, 내수 침체 우려

우리나라의 임금 시스템은 호봉제 중심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임금이 오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가 분석한 2020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노동자)들의 연령대별 평균임금을 보면 40대 후반(연 5155만7천원)에 정점에 이르고 그 뒤엔 줄어든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40대 후반을 지나면서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비정규직이 되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일로 옮기게 되면서 해당 연령대의 평균을 갉아먹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조금 늦은 50대 전반에 정점에 이른다.

파이어족 꿈? 일하는 노인 늘어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지만, 젊은 나이에 은퇴에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는 늘,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임금을 모아 젊은 나이에 노후자금을 다 마련하기 쉽지 않고, 실업급여도 그리 많지 않은 돈을 몇달 받고 나면 끝이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은퇴할 수 있는 나이는 점점 늦어지고 있다. 2021년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50대는 77.1%다. 60대 전반이 62.2%인데, 65살 이상도 36.3%에 이른다. 최근 20년 사이 6%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65살 이상 노인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일본(25.6%), 스웨덴(20.0%), 미국(18.9%)이 꽤 높은 편이지만 우리나라(36.3%)의 허리쯤에 머문다. 프랑스(3.5%), 이탈리아(5.2%), 독일(7.5%)에선 그 나이에 일하는 사람이 열에 한명꼴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선 70살이 넘어도 넷 중 하나(27.5%)는 취업해 일한다.

그렇게 많은 노인이 일을 계속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많다. 65살 이상 노인 상대빈곤율(중위소득 50% 기준)은 2020년 3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상대빈곤율은 소득이 빈곤선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전체 인구 중위소득의 50%인 빈곤선은 2020년 연 1499만원이다. 그보다 소득이 적은 노인이 열 중 넷에 육박하는 이유는 연금소득이 적어 부득이 일을 하지만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또한 보잘 것 없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통계청이 제공하는 가계동향조사 2022년 1분기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보았다.

전국 1인 이상 전체가구 조사 표본은 6552가구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5천원, 근로소득이 306만2천원, 사업소득이 86만2천원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이전지출(비소비지출 합계 96만5천원)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86만원이다. 이 가운데 65.6%인 253만1천원을 소비지출에 쓴다.

표본 가구 가운데 가구주가 65살 이상인 가구는 30%에 이르는 1950가구다. 월평균 소득은 244만원, 지출은 185만7천원이다. 소득 구성을 보면 이전소득의 비중이 125만5천원으로 절반을 조금 웃돈다. 이전소득은 공적연금 50만9천원, 기초연금 26만6천원, 가구 간 이전 28만4천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해서 버는 소득은 근로소득 60만2천원, 사업소득 48만8천원으로 합계 109만원이다.

이 수치를 보고 65살 노인 가구도 그럭저럭 살 만하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평균의 함정’이다. 이전소득과 근로소득 등 모든 소득을 합해도 월 10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24.9%, 넷 중 하나꼴이다.

노인 가구주가 일을 해서 버는 돈은 얼마나 될까? 가구주의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해 분포를 살펴보았다. 2022년 1분기에 한푼도 벌지 못한 가구주가 43%에 이르렀다. 월평균 30만원 미만 번 가구주는 23%였다. 전체의 3분의 2가 30만원도 못 벌고 있다. 3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은 11%, 100만원에서 200만원은 10%였다. 2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12%에 그쳤다.

65살 이상 노인 수는 2000년 357만명, 이 가운데 경제활동에 참가한 사람은 100만명이었다. 2021년엔 각각 858만명과 311만명으로 불어났다. 65살 이상 인구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장래인구추계(출산율, 기대수명, 국제이동 중위 추계)에 따르면 2025년 1059만명, 2030년 1306만명, 2040년 1724만명에 이르게 된다. 일해야 하는 노인의 비율은 줄어들 수 있을까? 핵심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20년 522만명에서 2030년 874만명, 2040년 1290만명으로 늘어난다. 수급자들의 연금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연금액이 노인 가계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것이다. 그러나 300만~500만명은 앞으로도 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게 된다.

기초연금은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소득·재산 수준, 국민연금 지급액, 부부 2인 수급 여부 등을 고려해 월 최소 3만원에서 최대 30만7500원(부부 합산 최고 49만2천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노인 빈곤율을 낮추려면 기초연금액을 늘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초연금 월 40만원으로 인상과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했다. 연금 개혁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연금과 이전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적잖은 구실을 하고 있다. 2021년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83만6천명이 취업했다. 그 가운데 월 27만원을 받고 짧은 시간 일하는 공공형 일자리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새 정부는 이런 공공 일자리는 줄이고, 사회서비스형·시장형 중심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참여자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자리다. 공공 일자리를 줄이면 노인 취업자가 감소하고 생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노인이 늘어날 수도 있어 우려된다.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2022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에 드는 경계선은 월 소득 157만원이다. 이 계층에 속한 가구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이 가구주인 비율을 살펴봤더니 무려 67%였다. 셋 가운데 둘이나 된다. 이는 고령화가 소득격차 확대, 빈곤 확대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경제의 선순환에도 큰 짐이 된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내수 침체의 늪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경제부장, 도쿄특파원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등의 책을 썼다. 라디오와 티브이에서 오래 경제 해설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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