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232층 넘어 238층..'반도체 우상혁'누구 [MK위클리반도체]
마이크론 232단 발표 일주일 만
중국서도 200대 돌입 계획 발표
[MK위클리반도체] 이번주 반도체 업계에서는 232단이었던 기존 신기록의 벽이 연달아서 깨졌습니다. 우리나라 우상혁 선수가 높이뛰기 월드랭킹 1위에 오른 것처럼 반도체에서는 국가대표 SK하이닉스가 기존 232단 '마의 벽'을 세계 최초로 넘어섰습니다.
SK하이닉스가 현존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중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사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기존 최고층 낸드는 미국 마이크론의 232단 제품이었습니다. 지난달 27일 마이크론이 232단 낸드 양산 소식을 알린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업계 최고층이 뒤바뀐 것입니다.
이번 제품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12월 176단 낸드를 개발한 지 1년7개월 만에 내놓은 성과입니다. 최고층 제품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로 구현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정달 SK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부사장)은 "당사는 4차원(4D) 낸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238단을 통해 원가, 성능, 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톱클래스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앞으로도 기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비(非)휘발성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는 기본 저장 단위인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기술력이 중요한 제품입니다. 적층 단수가 높을수록 제품의 데이터 저장 용량도 커지는 동시에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개발한 낸드 96단부터 기존 3D 설계를 넘어선 4D 제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페리 언더 셀'(셀 아래에 회로를 배치하는 기술) 등 최첨단 자체 기술을 적용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습니다.
SK하이닉스가 치고 나가자 경쟁 기업들도 약속한 듯 잇따라 고삐를 죄고 달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주요 사업자로 꼽히지 않았던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중국의 메모리칩 제조업체 YMTC가 4세대 3D 232단 낸드플래시 생산 계획을 공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YMTC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나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준비 중이던 192단 낸드 양산을 뛰어넘고, 232단으로 직행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업계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무시하고 넘기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YMTC가 지난 5월 192단 낸드 시제품을 고객사에 전달해 성능 검증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승부의 향방은 얼마큼 경제성 있는 수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할지에 달려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등산할 때 사람마다 페이스가 있다. 특정 시점에 템포를 높이거나 늦추거나 한다"며 "SK하이닉스의 템포를 지켜가면서 이전에 이루지 못한 경제성을 달성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3%로 1위, 키옥시아(18.9%)가 2위, SK하이닉스(18.0%)가 3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웨스턴디지털(12.5%), 마이크론(10.9%) 순입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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