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 열애'..유명인 사생활 보도, 어디까지 허용?

임주현,최유리 2022. 8.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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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피겨여왕' 김연아의 열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유명인의 열애설 등 사생활은 대중의 흥미를 부르는 관심사이기에 한 언론매체에서 김연아의 결혼 소식을 보도한 이후 타 매체에서도 관련 소식들이 잇따라 쏟아졌습니다.

사실, 유명인의 사생활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보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맞서 왔는데요. 일단 한 번 보도되고 나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기정사실화되는 경향이 컸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관련 보도가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김연아 결혼 보도 관련 트위터의 반응들


실제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사생활을 집중 보도하는 연예매체 A사의 폐간을 요구하는 글에 약 20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는데요. '김연아 열애 보도'를 계기로 유명인의 사생활 보도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과거 사례 등을 중심으로 따져봤습니다.

■ '공인'에 준하는 유명인 사생활은‘공적 관심사’

법원은 인물의 사생활 관련 보도에 대해 원칙적으로 사생활은 보호해야 하지만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 경우 공개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사생활 영역과 국민의 알 권리가 서로 부딪힐 때 공공의 이해나 공중의 관심사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사생활 공개가 면책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공적 인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되어 그 공개가 면책되는 공적 인물에 대하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되어 그 사생활의 공개가 면책되는 경우도 있을 수 (…)"
- 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특히 보도 대상이 공인일 경우 사생활 보도는 비교적 넓게 용인돼 왔습니다. 공인은 일반적으로 공적인 인물을 가리키는데,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적 인물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서 공인을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장 △대검찰청 검사급(검사장급) 이상 검사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법관 △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의 기업 또는 기업집단 대표이사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사회 통념상 공인의 범주는 확대될 수 있습니다. 2005년 판례를 보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업가도 공인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결했는데요. 해당 인물은 법무부 규정에 해당하지 않지만 ' 국민 생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어 일반 대중들이 유명인사로 알고 있는 경우 그와 관련된 사생활은 정당한 공적 관심 대상이 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08.12. 선고 2004가합47227 판결).

위 판례에 비춰볼 때 유명인(celebrity) 또한 '국민 생활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큰 인물'이자 '언론에 소개돼 대중들에게 저명 인사로 인식'된 경우로, 정치인이나 공무원처럼 공적 임무를 수행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공적 관심의 대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유명인의 열애설은 공중의 관심사라고 본 과거 판례가 존재합니다. 2001년 당시 가수 신해철 씨는 자신의 결혼 예정을 허위로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사가 지목한 여성과 함께 명예훼손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결혼 예정일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이 된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신해철 씨 결혼 대상으로 보도된 일반인 여성은 공인이 아니라고 판단해 보도한 언론사에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김연아의 열애 보도는 어떨까요? 스포츠계의 유명인사인 피겨 스타 김연아는 공인에 준하는 위치에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첫 보도를 낸 더팩트 강일홍 기자는 알 권리 차원에서 대중의 관심사를 보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연아 보도했을 때 일부는 사생활 침해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지만 저희들은 알 권리 차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궁금해 했던 부분을 속시원하게 해결해 줬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고요. 연예 스타뿐 아니고 정치인, 재벌 2세 등 공적인 인물로 그분의 언행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위치라면 (대중의 알 권리에) 다 해당된다고 봅니다.”
- 강일홍 더팩트 기자

강일홍 기자는 “어쨌든 저희들은 취재를 해놓고도 사생활 문제 때문에 보도를 중단한 일이 많다”면서 공적 인물의 사생활을 보도할 때 △알 권리보다 개인 프라이버시 우선 △당사자의 경제적·대중적 이미지에 손상이 된다고 판단 시 보도 중단 △당사자 또는 소속사 입장 듣고 기사에 포함 등의 사내 지침을 준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명인이라도 '내밀한 사적 영역’보도는 위법

그러면 유명인의 사생활은 어느 정도까지 보도할 수 있을까요? 법원의 판례를 보면 유명인이라도 극히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사항이나 개인적 비밀까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 다수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상견례 장면을 무단으로 촬영해 보도한 연예전문매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생활 침해금지 소송인데 결과는 정 부회장 측의 승소였습니다.

A사는 “공적 인물에 대한 보도로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공공장소에 있는 상태를 촬영한 것이므로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에 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대법원도 대기업 부회장의 상견례 소식이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했습니다.

다만, 약 2주에 걸쳐 주거지 근처에서 원고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점, 기사에 데이트 현장의 구체적 분위기와 원고들 간 사적 대화 내용이 그대로 인용돼 있는 점, 원고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화장 상태를 취재하기 위해 주변 길거리에서 몰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원고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대중적 관심이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인격적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외에도 유명인의 내밀한 사생활을 담은 보도가 위법이라는 판례는 아래과 같습니다.

- 유명 배우의 성관계 영상 보도는 영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켰을 뿐 공익 목적이 아니었다고 판시한 판결( 2000.10. 11.)
- 강용석 변호사가 자신의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과 호텔에서 찍힌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소송을 제기해 2심에서 200만원 배상 판결(2017.09.18.)
- 2020년 낸시랭 전 남편 전준주(40·가명 왕진진)씨가 자신의 출생, 성장내력, 혼인관계, 전과관계, 전자팔찌 착용 등 사적 정보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소송을 제기해 500만 원 배상 판결(2020.01.10.)

유명인 사적·공적 영역 기준 모호

그런데 유명인의 경우 개인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습니다. 관련 보도 이후 사생활 침해냐, 공적인 알 권리 충촉이냐를 두고 상충되는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힙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민·형사사건 및 법률 자문을 해 오고 있는 김태연 변호사는 KBS와의 통화에서 "사생활 침해 정도라는 게 법률적으로 정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사안을 판단하는데 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생활 침해) 정도라는 게 법률적으로 규정이 있는 게 아니다보니 상대방 입장에서 이 정도는 사생활 침해를 감수할 수 있는 공개 허용된 범위 아니냐고 주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기준을 찾는 게 사실 쉽지가 않습니다."
- 김태연 변호사

게다가 법적 판단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 입증도 까다롭다 보니 실제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드문 편입니다.언론인권센터 권현정 변호사는 법적 분쟁 시 보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될 경우 본인에게 돌아올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도 소송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소송에서도 언론 보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하거나, 보도를 한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진행하는 데는 피해자의 상당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익형량 끝에 보도 내용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 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고, 보도내용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났을 경우 본인에게 돌아올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시간이 약이다 하고 버티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권현정 언론인권센터 변호사

■ 그러면 '김연아 열애설' 보도는?

김연아-고우림 열애 내용을 처음 보도한 더팩트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면서 심야 데이트 장면 사진을 여러 장 실었습니다. 이 매체는 "두 달간 지인의 제보를 통해 이들의 행적을 확인" 했고 "둘 만의 데이트 현장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았다" 면서 사생활의 영역인 데이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두 사람을 관찰했음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단독이라고 실은 데이트 사진은 외부의 공공 장소에서 포착된 것이라 할지라도 사전에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적인 장소가 아닌 공공 장소이기에 공개된 데이트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실이 사생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014년 김연아 선수의 열애설이 불거졌을 당시 한 방송사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공장소냐, 아니냐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도 당하는 당사자 스스로가 그 보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느냐, 또는 남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장면이냐, 아니면 누구에게 드러나도 어쩔 수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지 공공장소냐, 아니냐, 이것은 저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한수진의 SBS 전망대(2014.03.10.)

유명인의 내밀한 사적 영역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는 앞서 본 사례처럼 법적인 판단을 받은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입니다. 김연아 열애설 보도 역시 사생활 침해인지 알 권리인지 굳이 확인하자면 결국 소송을 통한 법원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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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기자 (leg@kbs.co.kr)

최유리 SNU 팩트체크센터 인턴기자 (ilyouc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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