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왜 민원인을 때렸나?

김도훈 입력 2022. 8. 6. 09:02 수정 2022. 8. 6.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구청 행정복지센터의 30대 공무원이 50대 민원인을 마구 때렸습니다. 민원인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공무원 A 씨는 왜 민원인을 때린 걸까요?

■ 공무원과 민원인의 긴 악연

지난해 9월, 대구 남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50대 민원인 B 씨의 민원과 항의에 화가 난 A 씨. 돌아가는 B 씨를 따라 나가 건물 밖 주차장에서 또 말싸움을 벌입니다. 말싸움 도중 B 씨가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 탑승하자 A 씨는 즉시 조수석으로 들어가 B 씨 얼굴을 수차례 때렸고, 결국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는 공무원 A 씨에게 "징역형을 내려야 할 정도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범행 동기와 반성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공무원 A 씨와 민원인 B 씨의 악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약식명령 벌금 30만 원(2016년 5월) - A 씨는 유아용품을 기부하겠다며 주민센터에 전화한 B 씨와 말다툼, 이어 주민센터를 찾아온 B 씨의 멱살을 잡아끌며 폭행.

◎약식명령 벌금 50만 원(2021년 10월) - A 씨가 B 씨에게 9차례에 걸쳐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과 음향을 전송.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A 씨는 공무원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B 씨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2021년 7월) - B 씨는 코로나 방역 공공근로 중에 발생한 교통사고 수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행정복지센터에서 동장 면담을 요구하며 욕설. 이후 면담을 마친 뒤 사무실로 돌아가는 A 씨의 목덜미를 한 차례 폭행. (이 당시만 하더라도 A 씨는 B 씨의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벌금 50만 원(2022년 6월) - B 씨는 공공근로 중 불합리한 대우를 이유로 행정복지센터에서 공무원 C 씨와 말다툼. 이를 본 A 씨가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말하자 A 씨를 폭행.

악연이 오랫동안 쌓이고 쌓이면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민원인과 공무원의 다툼이 오랜 기간 벌어졌는데도 A 씨를 민원 응대 업무에 계속 놔둔 소속 구청도 책임이 있습니다. (현재 A 씨는 휴직 중입니다.)

이 사안 후속 조치에 대해 해당 구청에 문의하자 "비슷한 사례를 막겠다"면서, 내년부터 민원실에 강화유리 격벽을 설치하고 웨어러블 카메라도 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올해 내로 악성 민원인 응대 관련 조례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해묵은 갈등... 세금 도둑 vs 악성민원인

악성 민원이라 볼 수 있는 '민원인 위법행위'는 2018년 3만 4천여 건에서 2020년 4만 6천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공직사회도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치법규시스템에서 '악성민원'을 검색하면 조례 23건 등이 나옵니다. 특히 조례 23건은 모두 지난해 이후 제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 서구의회가 최근 악성 민원 대응 관련 조례를 처리하는 등 여러 지방의회에서 비슷한 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악성민원’을 검색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만약의 사태를 막자는 취지에서, 공무원이 카메라를 착용하는 '웨어러블 캠' 도입도 늘고 있습니다. 민원인의 폭언과 폭행 등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는 내용 등이 담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반면 민원 행정에 대한 불신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사무소, 지금의 행정복지센터에 가보니 놀고 있는 공무원이 수두룩하더라'라는 말은 여전히 회자 되고 있는데요,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 숫자가 많다는 의미일 겁니다.

또 민원 담당자들이 일반적 민원에 귀를 닫거나, 제때 혹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갈등을 유발한다는 제보도 심심치 않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자체 등을 비판하는 기사 아래 '세금도둑이 많다'는 댓글도 여전히 줄지어 달립니다.

실제 우리 국민의 '기관별 신뢰 정도'를 보면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부처 모두 2.6점(4점 만점)으로 보통 수준입니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 부문도 점진적으로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보통 수준(2.5점)에 그칩니다. (*2021년 사회통합실태 조사)

악성 민원을 근절하고 담당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이와 동시에 민원 서비스의 질을 높이면서 민원인-공무원 사이의 불신을 해소할 방안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A 씨와 B 씨 사례와 같은 사례는 더는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픽 : 인푸름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김도훈 기자 (kinchy@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