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손실은 쌓이고 사람이 떠난다..손정의가 맞은 '진짜 위기'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 손실과 임원 유출로 다시 고비를 맞았다. 인재 유지를 위한 보상 시스템이 미비하고 내부 의사결정이 손 회장에 지나치게 집중된 게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해결 역시 손 회장의 손에 달려 있어 그가 이번엔 어떻게 위기를 풀어갈지 주목된다.
손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라지브 미스라 부사장이 최근 비전펀드 업무를 대부분 내려놓고 독자적으로 투자 펀드를 출범하기로 한 가운데, 비전펀드에 몸담았던 야니 피피리스 이사와 무니쉬 바르마 이사가 비전펀드를 떠나 미스라 부사장의 새 펀드에 합류하기로 했다.
비전펀드를 떠난 주요 임원은 2020년 3월 이후 최소 10명에 달한다. 마르셀로 클라우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올해 비전펀드를 떠났고 지난해에는 손 회장의 후계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사고 카츠노리 최고전략책임자가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프트뱅크의 이익 공유 방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통 벤처 캐피탈 회사의 경우 좋은 수익을 낸 파트너에게 투자 이익의 약 20%를 성과 보상(캐리)으로 제공하지만, 손 회장은 애초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길 거부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이 쌓이면서 문제는 악화했다. 회사의 이익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인재를 영입할 만한 사정도 되지 않아서다.
MST 파이낸셜서비스의 데이비드 깁슨 수석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의 시스템에 대해 "손 회장이 모든 영광을 가져가고 그의 뒤에 있는 팀에게는 부스러기만 주어진다"고 표현했다.
손 회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소프트뱅크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부진한 성적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자신의 '감'을 믿고 과감한 베팅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이 200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을 만나 불과 6분 만에 2000만달러(약 259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이런 투자가 모두 성공은 아니었다. 위워크에는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상장이 무산되며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영국 핀테크 회사 그린실캐피털과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 서비스+첨단기술) 스타트업으로 주목받던 카테라가 줄줄이 파산하면서 투자금을 날리게 됐다.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의 스티븐 카플란 교수는 "소프트뱅크는 돈은 너무 많은데 원칙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라이트스트림 리서치의 카토 미오 애널리스트는 "현실과 상관없이 매우 공격적으로 꿈에 베팅한 전략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2분기(4~6월)에도 수십억 달러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마감한 직전 회계연도에 270억달러(약 35조원)의 손실을 낸 바 있다.
아시메트릭 어드바이저스의 아미르 안바르자데 애널리스트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인재 유출은 소프트뱅크의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손 회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지분을 대거 정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하루 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프트뱅크가 향후 주식을 팔기로 하고 미리 매도금을 받는 선불선도계약을 통해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손 회장이 기술주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투자자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기업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최근 손 회장의 관심은 비전펀드에서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으로 옮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내년 증시에 ARM 상장 흥행을 목표로 회사 이미지 전환과 비용 절감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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