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탓 이재명 대표 되면 또 진다..시대요구 반응해온 내가 적격"

신승근 2022. 8.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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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커버스토리][한겨레S] 커버스토리
인터뷰ㅣ민주당 당대표 후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해 최종후보가 된 박용진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더불어민주당 새 지도부를 뽑는 8·28 전당대회 최대 관심사는 당대표 본선 경쟁에 오른 이재명 의원과 ‘97그룹’ 박용진·강훈식 의원의 대결이다. 51살, 서울 강북을 재선 의원인 박용진 의원은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의원이 남탓 노선, 사당화 노선을 분명히 했다”며 “당대표 경선에서 박용진의 내탓, 선당후사, 혁신 노선과 이재명의 남탓, 사당화 노선이 격렬하게 투쟁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가 당 대표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과한 나흘 뒤인 8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용진 의원을 만났다.

―‘97그룹’ 박용진·강훈식 의원의 당대표 본선 진출을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세대교체라기보다 누가 시대의 요구에 뜨겁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1970년대 김대중의 세대교체론은 장기집권을 노골화한 박정희 정권에 맞서 ‘유진산 노선’이라는 사쿠라(어용) 정당과 다른 선명한 투쟁을 얘기한 거잖아요. 그 시대에 반응한 거죠. 전태일의 분신에 뜨겁게 반응했던 정치인은 김대중, 대우조선 옥포 파업에 가장 격렬하게 반응했던 사람은 변호사 노무현이었어요. 지금 민주당은 시대 요구에 어떻게 뜨겁게 반응할래? 저는 이걸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파 독점, 진영 대립 정치 끝내자

―민주당이 ‘사회연대 정당’이 돼야 한다고 외치는데, 뭘 하자는 것이죠?

“이 시대엔 노동자인데 노동자로 불리지도 않는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노동법에 규정이 안 되니 그냥 방치하고 있어요. 누가 사회적 약자인 이들과 연대할 거냐? 뜨겁게 반응할래? 전태일과 옥포조선소 파업에 반응한 김대중과 노무현처럼 이제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반응하고자 하는 게 박용진의 사회연대 정당입니다. 나이만 젊다고 세대교체입니까? 시대의 요구에 반응해야 세대교체지요. 비슷한 또래, 그 뒤에 가려졌던 노선을 봐야 해요. 사쿠라는 다시 손이 많이 가잖아요. 그럼 박용진은 제대로 할 수 있냐?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요?

“저는 시대에 격렬하게 반응해왔어요. 민주당은 내로남불 정당 하지 말자, 진보 꼰대 태도도 버리자고 했어요. 지금도 악성 팬덤과 계파 독점주의, 진영 대립에 기대는 정치, 이걸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이게 지금 국민이 민주당에 기대하고 갈망하는 것이라고 봐요. 거기에 뜨겁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세대교체도, 민주당의 새로운 미래도 움켜쥘 거예요. 지금까지 박용진이 그런 얘기를 일관되게 해왔잖아요, 민주당답게 하자고. 그런데 나 아니면 쫓아내요? 그냥 우리끼리 계파 독점? 그럼 민주당은 망하는 거잖아요. 민심이 아니라 계파를 따라가고 상식이 아니라 팬덤에 끌려가면 민주당은 계속 굴러떨어지는 거라고요.”

―이재명 의원도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것 아닌가요?

“말만 그렇죠. 이재명의 노선은 이번에 확실하게 드러났잖아요. 지난 대선에서 내가 왜 졌냐? 언론 탓. 얼마나 웃겨요. 노무현은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도 졌고, 문재인은 대선을 졌어요. 그때 누구 하나 남 탓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대선에서 가장 비참하게 진 정동영조차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그랬어요. 왜 남 탓을 해요?”

―그걸 노선 차이로 규정하는 건 이재명 의원 말처럼 ‘침소봉대’ 아닌가요?

“(소득) 200만원 미만은 윤석열 더 찍었잖아, 언론이 나쁜 놈들이고 이놈들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돈 없고 못 배운 사람들은 윤석열을 찍고 있다, 이 얘기를 확정적으로 하잖아요. 황당한 거죠. 이래서 다음 총선을, 대선을 어떻게 이겨요? 당대표 되면 뭐 하겠어요? 언론 탓만 할 거라고요. 패배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지 않고 남에게 찾으면 영원히 아무것도 못 하는 거예요. 김대중은, 노무현은, 문재인은 언론 환경이 좋아서 이겼나요? 이 ‘남탓 노선’이 우리를 또 패배로 끌어갈 거라고 저는 봐요. 대표 경선에서 박용진의 혁신 노선과 이재명의 남탓 노선이 격렬하게 투쟁하는 걸 제가 보여주겠어요.”

―하지만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존재합니다. 박 의원이 본선은 갔지만 당선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많아요.

“모든 이변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서 등장하죠. 이재명 대세론은 안방 대세론일 뿐이잖아요. 그것도 ‘어대명’이라고 하는 어떤 절망적 체념, 대안이 없으니까 민주당이 이러는 거잖아요. 박용진이 이재명 의원하고 강력하게 노선투쟁하자고 얘기하는 건 ‘이재명 당신하고 나하고 차이가 뭔지 명확하게 해보자, 어떤 게 더 민주당다운 것이고 어떤 게 승리의 길인지 보여주자’는 것이거든요. 이재명 의원은 이제 남탓 노선에 이어서 사당화 노선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요.”

―사당화는 너무 과한 비판 아닙니까?

“아니, 셀프 공천이라니요? 역대 우리 지도부 누가, 단 한번이라도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워서 당의 공적인 이해와 이익을 이렇게 깬 적이 있습니까?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럽고 창피하잖아요. 국민한테는 나는 손해 볼 수 있지만 당이 불러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셀프 공천이에요. 비대위원을 다 자기가 전화해 만들었다는 것 아니에요? 박지현 비대위원장부터 시작해서…. 이런 사당화가 어디 있어요? 선거 졌으면 침묵하고 물러서고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고요, 그래서 ‘민주당은 자고 나면 또 비대위냐?’ 이런 조롱을 들을 만큼 변화가 심했어요. 그게 민주당의 상식이었어요.”

전당대회, 이재명 아닌 대안 찾는 자리

―안방 대세론이라지만 대선에서 이재명 의원이 1600만표를 얻었어요. 박용진 의원은 대선 경선에서 졌어요. 그런데 이 의원이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게 쉽게 납득이 안 돼요? 박 의원도 이번엔 쉬어 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돼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다면 제가 전당대회에 왜 나가겠어요? 누가 봐도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었을 때 생겨나는 여러 불안, 불공정, 또 민주당이 분열과 패배의 길로 갈 거라는 우려가 있잖아요. 그 우려를 넘어서고 승리의 길로 가려면 누군가가 움직여야죠. 민주당이 또 다른 패배의 길로 가는데, 이미 대선·지방선거도 졌는데 한번 더 지면 어쩌랴, 이렇게 가는 걸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재명 의원도 행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당대표 선거에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노선투쟁이라고 얘기한다니까요, 인식 차이가 아니라.”

―박용진·강훈식 ‘97그룹’ 의원이 어대명 흐름을 깨기 위해선 단일화가 중요한데 강 의원은 호흡 조절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단일화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이건 박용진의 이해, 강훈식의 이해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위기의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의원과 당원의 이해가 걸려 있다고 봐요. 민주당 의원들도 그냥 방치하고 있지 않을 거예요.”

―‘97그룹’으로 통칭하지만 박용진과 강훈식은 결이 다른데, 가치의 합의가 있을 수 있나요?

“강훈식 의원은 지금 비전 경쟁하자고 얘기하던데 저도 동의해요. 그런데 같은 당을 하고 있고, 해왔던 사람들이 당의 비전에 대해서 어떤 차이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얼마나 다를까요?지금 중요한 건 이재명이 아닌 다른 선택 가능한 대안을 만들자고 하는 거 아닌가요. 이재명으로 승리의 길이 가능하다면 강훈식 의원이 왜 나와요. 안 된다고 생각해 강 의원도 나왔을 거 아니에요. 저도 그래요. 그런데 (강훈식 의원이) 자꾸 그것을 피해서 약간 불투명하고 애매한, 추상적인 것을 얘기하는 건오히려 단일화하라는 당원들의 요구, 국민적 요구를 피하려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우려스러워요. 자꾸 이러는 건 능숙한 여의도의 문법으로 당원들과 국민의 단일화에 대한 간절함을 뭉뚱그리는 것이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주시 연동 제주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강훈식, 이재명, 박용진(왼쪽부터) 후보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핵심은 ‘반이재명 연대’하자는 것이네요.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었을 때 불안감, 또 다른 패배 예고, 이런 우려를 어떻게 씻어낼 거냐? 전당대회의 핵심은 그것에 있다고 봐요. 또 다른 패배를 앉아서 기다리며 막다른 골목으로 그냥 갈래, 아니면 광장으로 나갈래? 당원들한테 그 선택 기회는 드려야죠.”

―강훈식에 견줘 박용진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나요?

“다시 맨 앞에 했던 얘기로 돌아간다고 봐요. 누가 이 시대의 요구에 뜨겁게 반응하고 있냐, 반응할 거냐? 저는 민주당이 주목하지 못하고 있었던 유치원 3법, 재벌 개혁, 현대자동차 관련 국민의 안전 문제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냈어요. 또 국민을 실망·분노하게 하였던 민주당의 태도로부터 가장… 뭐랄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반응해왔던 사람이에요. 그런 박용진이 당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고,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건강함을 다시 회복하는 데도 가장 적격이라고 봐요.”

―의정활동, 지명도에도 불구하고 당 안에선 여전히 나 홀로 느낌이 들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죠.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기점으로 박용진이 중앙위원회라고 하는 당내 평가에서도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았다고 봐요. 물론 여전히 과제가 있죠. 박용진이 혼자가 아니라 세력으로서 스크럼 짜고 같이 나갈 수 있는 당내 기반을 형성해낼 수 있느냐? 형성하면 박용진이 성공하는 것이고, 못 해내면 한계에 봉착하게 되겠죠.”

민주당, 오물 묻은 옷 세탁해야

―진영 대결의 정치, 계파 독점의 정치, 악성 팬덤의 정치를 타파하겠다고 했는데, 선언한다고 끊어질 수 있는 문제인가요?

“그것을 계속 안고 가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제어하겠다고 하는 게 정당의 리더가 가져야 할 기본 자세죠. 그런 게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면 단호하게 쳐내야죠. 질질 끌려다니면 (민주당이) 끝난다고 봐요. 민주당의 지도부가 이제 단호하게 해야죠.”

―민주당이 지금 딱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것을 하나 꼽는다면?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죠. 민주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윤석열 대통령과 저쪽 정당(국민의힘) 지지율이 내려가면서 유권자들 우리한테 안 오고 무당층, 관망층으로 빠져 있어요. 다음 선거 때 이분들이 다시 그쪽으로 갈지, 우리에게 올지 알 수 없어요. 우리가 혁신하고 변화하면 붙을 거예요. 그러면 이겨요. 그러나 민주당도 똑같이 오물 묻은 옷을 입고서 민심이라는 식당에 들어서면 다 피해버릴 거 아니에요. 얼마나 냄새가 나겠습니까. 제가 진보 지지층에 자랑스러운 정당, 보수 지지층도 박수를 칠 수밖에 없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우리 스스로 오물 묻은 옷을 깨끗하게 세탁하고, 변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사회연대 정당, 과거 많은 당 대표들도 실현하지 못했어요. 박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고 바뀔지 의문이예요.

“지금은 일도양단의 사회가 아니에요. 쫙 갈라서 여기는 악의편 여기는 천사의 편, 여기는 민주 여기는 반민주 이렇게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한 번에 딱 잘라서 나쁜 놈, 좋은 놈 갈라버리면 우리가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해서 역풍 불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능수능란한 레프트(좌파)가 필요하다고 봐요. 다층적인 이해관계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적인 갈등 지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핸들링할 수 있는 정치인, 이것을 이해하고 끌어가려면 상당한 인내심과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면서 논의를 이로 갈만한 그런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 필요해요. 민주당이 당장 화물연대만 하더라도 문제가 터지고 나면 뒤에 가서 수습하거나 편들어주는 걸로 끝났어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 법 개정 이런 걸 안 했어요, 저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라고 표현하는데, 새로운 사회적 타협을 만들어내는 정당 능수능란한 진보 정당이 필요하다고 봐요. 민주당이 그걸 해야 된다고 보고 제가 그걸 이끌겠다는 거예요.”

―다음 총선 공천의 공정성 확보가 모두의 관심사입니다. 어떻게 공정성을 담보할 것인가요?

“지금은 공천심사위를 빨라야 선거 3개월 정도 앞두고 구성해요. 누군지도 모르는 외부 인사 데려오고, 거기에 당 대표 입김이 왕창 들어간다는 건 다 알아요. 그 안에서 어떻게 심사가 이루어지는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심사, 공천에 떨어지거나 컷오프 된 사람은 대체 누구 칼에 죽었는지도 몰라요. 이 모든 게 불만인 것이죠. 지금 민주당은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계파 갈등도 여전하죠. 또 하나, 2018년에 당선됐었던 기초자치단체장 중에 무려 100여명이 재선에 실패했거나 떨어졌어요. 이 정치적 자원들이 다 민주당 차기 총선의 잠재적인 예비주자들인데, 당 지도부가 사감 공천하고 사당화의 길을 가면, 또 공심위를 너무 늦게 만들고 깜깜이 심사를 하면 당의 분열로 나타난다고 저는 봐요. 그래서 저는 총선 1년 전부터 공천 심사위원 다 공개하고, 공천 기준, 경선 기준, 탈당 이력 등에 대한 페널티 등을 정확하게 규정해 미리 발표할 것입니다. 외부에서 영입하는 사람은 누가 추천했는지 공개하고, 낙마하면 추천한 사람도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1년 전부터 공심위 구성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높이고, 영입 추천제도를 공식화해 추천자를 공개하면 공천에 떨어져도 ‘내가 실력 없어서 준비 못한 거 어쩌겠냐’ 이러고 끝나겠죠.”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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