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어대명'에 흥행 비상등..97그룹 단일화 변수될까

방재혁 기자 2022. 8.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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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까지 지역 권리당원 투표율 20%대
투표 시작으로 박용진이 제안한 단일화 1차 시한 넘겨
어렵지만 반명 연대 결집할 경우 단일화 효과 기대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지난 3일부터 진행됐지만 투표율이 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고 20%대 수준에 머물면서 전당대회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견고해 전당대회 관심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어대명 구도를 깰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 생) 후보들의 단일화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왼쪽부터)과 강훈식,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에 따르면 5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제주 17.8%, 강원 22.64%, 인천 25.85%를 각각 기록했다. 대구·경북은 각각 43.38%, 경북 42.35%를 기록했지만 권리당원 수가 적은 지역으로 전체 투표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역별 권리당원 수를 고려한 현재까지의 온라인 투표율은 약 25.2%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의 경우 제주 29.25%, 강원 33.03%, 인천 39.62%, 대구·경북 51.57%였다. 지난 2021년과 2020년 치러진 전당대회와 비교해도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의 권리당원 투표율은 42.74%였고 2020년 전당대회의 경우는 41.03%였다. 권리당원 투표는 미투표자를 대상으로 이틀간 추가로 자동응답(ARS)투표를 진행하지만 전체 투표율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당원들 사이에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견고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구도를 깨기 위해 97그룹 후보인 박용진, 강훈식 후보의 단일화가 필수 불가결하지만 일부 지역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된 만큼 단일화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박용진 후보는 지역 투표 시작일인 3일을 단일화 1차 시한으로 제안했지만, 강훈식 후보는 “비전 경쟁은 없고 오로지 단일화하자, 3일에 안 되면 10일에 하자고 한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후 첫번째 지역순회 경선지인 강원과 대구·경북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면서 박 후보가 제안한 1차 단일화 시한을 넘겼다. 2차 단일화 시한인 부산·울산·경남과 충청권 당원 투표가 시작되는 10~11일, 최종 마지노선 격인 호남권 투표가 이뤄지는 17~18일 전까지는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오른쪽), 강훈식 당대표 후보가 2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G1 강원민방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두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당 대표 나오려고 준비한 분들이 등록한 지 며칠도 안 돼서 그만둘 리가 있겠나”라며 “단일화 방식이라는 게 참 합의하기가 어렵다. 누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너무 뻔하기 때문”이라며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후보 측은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물밑에서 강훈식 의원 측 단일화 협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의원은 지난 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라는 것이 어떤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걸 실현하기 위해서 단일화를 한다고 해야 파괴력이 있고 감동이 있는 거지, 단순히 특정인에 대항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반명(反이재명) 연대를 위해서 단일화를 한다는 건 너무나 뻔한 것이고 설령 그중의 한 사람이 100%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당이 통합되겠나”라며 “당장 투표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사실 첫째 주는 큰 의미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선 첫 스타트를 이재명 후보에게 홈그라운드 같은 곳으로 잡았다. 첫 주 결과는 단일화 결과에 상관 없이 원사이드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음 주가 부산·울산·경남과 충청으로 여기에서 두 후보의 득표를 합산해 이 후보 득표에 근접하게 되면 단일화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에 대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박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경쟁했고, 강 후보는 대선에서 이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가 각각 갖고 있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좀 다르다. 단일화가 이뤄지려고 한다면 두 사람 사이의 명확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대표적인 명분으로 반명 연대 필요성이 있지만, 강 후보는 선대위 전략본부장을 맡아 반명 연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97그룹이 늦게라도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루면 젊은 세대에 대해 나름대로 폭발성이 있을 수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어대명이라는 흐름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며 “단일화 파괴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룰 경우 반명 성향의 민주당 유권자, 당원들이 한쪽으로 결집할 것”이라며 “결집만 잘 이뤄낸다면 어느정도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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