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대통령부터 혁신하라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2022. 8. 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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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통령실은 화택(火宅)이다. 집에 큰불이 났다. 하지만 집 안에는 사람들이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 나오라고 소리쳐도 마이동풍이다. 속이 까맣게 탈 지경이다. 화택은 불교 우화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7월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인사 부실검증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전정권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며 강하게 답하고 있다. 2022.7.5/뉴스1

이미 한 달여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그것도 주요 지지층인 대구·경북, 보수층, 고령층의 낙폭이 컸다. 중도층도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애써 외면했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결기다. 하지만 그 결과 사태가 점점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대통령의 편파 인사가 문제였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계기로 여당의 위기로 확대되었다. 경찰국 신설, 5세 취학안으로 정부 역시 신뢰를 잃었다. ‘내부 총질’ 같은 대통령의 가볍고 감정 섞인 언사가 사태를 급속히 악화시켰다.

국정의 세 축인 여당, 정부, 대통령이 무너졌다. 심각한 비상사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인식은 다르다. 원인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9일, 윤 대통령은 “원인을 잘 알면 어느 정부나 잘 해결했겠죠”라고 말했다. 원인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여당 의원, 정부, 대통령실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비정상을 바로잡다 보면 “인기가 없고,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것을 제대로 바로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다. 작금의 사태를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보고, 스스로를 개혁의 전사로 자리매김하는 인식이다.

자기 정당화에는 유리한 관점이다. 하지만 민심을 부정하고, 민심과 싸우자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처럼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 본인의 문제”임이 드러났다. 여론조사에 드러난 민심을 요약하면, 윤 대통령이 서툴고, 무능하고, 오만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재 보는 눈이 어둡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했다지만 이상민, 박순애 장관을 누가 유능하다고 보겠나. 여당이 평지풍파로 자멸하는데 정무수석은 어디 있었나. 인사는 공정한가. 윤 대통령의 첫 인사는 누가 봐도 검찰, 복심, 학연, 친구에 치우쳤다.

윤 대통령의 국정 판단력도 의문이다. 여론 수렴도, 당정 협의도 없는 학제 개편안을 왜 “신속히 강구하라”고 했을까? ‘내부 총질’ 문자는 여당을 대혼란에 빠트렸다. 대통령의 말이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몰랐던 것이다. 그 말이 어떻게 악용될지 주의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직의 무게에 둔감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었다. 그 과정에서의 우왕좌왕과 말 바꿈, 전화 통화라는 누추한 대화 형식을 홍보수석은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에서 현재의 세계를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이라고 압축했다. 북한, 중국과 마주한 대한민국은 그 대표적 국가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았다. 설사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해도, 동맹으로서의 예우는 다해야 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친중 굴종외교’란 말은 입에 담지 말라”는 야당의 비판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경솔하게 중국을 격발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원칙 없는 신중함은 비굴함이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그렇게 살 수 없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까.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다. 먼저 대통령이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지금 개혁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는 건 자기기만이다. 국민은 대통령부터 바뀌길 바란다. 다음으로 인적 쇄신이 절실하다. 여당과 야당, 모든 언론이 이구동성이다. 국민은 대통령의 휴가 선물로 고대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손발 맞추던 사람들을 3개월 만에 내치는 것은 평소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정치에서 그저 선하기만 한 것은 악보다 나쁘다. 국민을 살려야 하니, 자기를 베는 심정으로 필부의 의리를 잊으라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경제 위기, 안보 위기, 통치 위기의 삼각파도가 몰아치는데, 어떻게 이토록 안이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위선에 지친 국민에게 윤 대통령은 국민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제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사나. 이 어려운 시대에 윤 대통령에게 심기일전의 쇄신을 호소한다. 다시 국민의 희망이 되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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