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충고가 아니라 밥, 코비드 시대의 소통법
충고도 말고 웃음짓지도 말라
최고는 "고생했으니 밥먹자"
후유증은 그것만은 아니었다. 평소 좋아하던 수박이나 팥빙수가 시들해졌다. 오랜 시간 금주한 뒤 다시 만난 와인 맛도 별로였다. 피처럼 귀한 와인인데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음날 숙취 회복도 훨씬 느렸다. 이전만큼 입맛도 돌아오지 않고 기운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 개인의 근황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더니 이례적으로 많은 '좋아요' 반응이 이어졌다. 설마 내 고통에 즐겁다는 것은 아닐 테니, 소셜 미디어 소통의 역설이다. 몇 가지 위로의 패턴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 '동병상련' 유형. 주로 코로나에 걸렸던 사람끼리의 공감이다. 증상 및 후유증, 심리적 변화 등 개인별로 다른 구체적 체험을 공유하게 되는데, 이전에 다가오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성대와 목소리 이상, 후각 이상,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저하되는 브레인 포그 현상, 이명 현상 등 저마다 다른 고통을 하소연하였다. 연대 의식은 기쁨이 아닌 고통에서 생기는 법이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설명처럼, 아픈 사람의 처지는 아파보았던 사람이 더 공감하는 법이다. 병원 진료실 앞에서 처음 만난 할머니들끼리 쉽게 대화를 주고받는 심리가 이해되었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니 다 소용없더군요. 새삼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두 번째, 서투른 위로 유형. "그 정도는 내가 아픈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이다. 그건 아픈 사람에게 별로 좋은 위로의 방법이 못 된다. 평소에도 우리는 서툰 위로의 말을 주변에서 듣는다. 갑상선 암에 걸려 의기소침한 사람에게 "그만한 게 다행이지 폐암 말기였으면 어떻게 될 뻔했어?"라고 하거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환자에게 "허리가 부러진 것보다 낫지"라는 식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셔 침울한 아들에게 "호상이네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해도 위로가 아니라 자칫 독이 달린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까.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뭔가 가르치고 지적하려는 태도다. 아프거나 힘든 사정에 처한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묵묵히 들어주거나 함께해준다는 느낌일 뿐 충고를 부탁한 적은 없을 테니까.
세 번째는 샤덴프로이데 유형. 독일어로 샤덴(Schaden)은 손해나 손상, 프로이데(Freude)는 기쁨을 의미하는 단어로, 타인의 불행이나 안된 일에 기뻐하는 마음 상태를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다. 우리말로 '쌤통'이라는 표현이 가장 가깝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마음으로는 '너 요즘 바쁘다고 까불고 다니더니 큰코다쳤구나'라며 통쾌해하는 마음이다. 아프고, 넘어지면 스스로 얼마나 과신했는지 혹은 건방지게 굴었는지 겸허히 돌아보게 되니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꼭 나쁜 추억만은 아니다.
끝으로 즐거운 핑계 유형.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가수 김건모뿐이라는 우스개도 있지만, 아니다. 후유증 극복을 위해 친절하고 세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입맛을 다시 돌게 해 줄 테니 당장 식사 일정을 잡자는 적극파다. 코로나로 고생했으니 코로나 맥주를 사겠다는 기분 좋은 유혹파이기도 하다. 밥을 사는 핑계를 잘 만드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소통도 드물다. '코비드 시대'에 필요한 것은 충고가 아니라 밥이 아닐까?
[손관승 '리더를 위한 하멜 오디세이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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