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할 의사 부족해 '빅5 병원'서 쓰러진 간호사도 못살리다니 [사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살리지 못한 사건은 실로 충격적이다. 이 병원에는 두개골을 절개하는 뇌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2명 있는데 휴가 등으로 모두 부재중이었다고 한다. 30대 간호사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2700여 병상을 갖춘 국내 5대 종합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기가 막힌다. 간호사가 대형 병원 내에서 쓰러져도 제때에 수술을 못하는데 일반인이 더구나 지방에서 쓰러져 병원을 찾는다면 과연 수술대에 오를 수나 있겠는가.
이 병원뿐 아니라 다른 빅5 병원에도 이런 뇌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의사는 2~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뇌혈관 질환은 초기 몇 시간 내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의사 숫자가 이렇게 부족하니 어떻게 적절한 수술이 가능하겠나. 이러고도 대한민국을 의료 강국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보건복지부가 4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응급의료체계와 필수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까지 낱낱이 점검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응급의학과·산부인과 등 필수 분야에 의료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보건당국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응급의학과·산부인과 등의 전문의들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몇 년째 문제를 제기해오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국내 의대 정원은 17년째 3058명으로 고정돼 있다. 의사들의 반대 때문이다. 또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사 지망생들의 기피 현상도 도를 넘었다. 응급의학과·산부인과는 미달이고 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만 의사 지망생이 몰리는 현상은 한두 해 된 일이 아니다. 뇌혈관 수술 분야는 의료사고 위험이 크고 힘든데도 의료 수가는 턱없이 낮은 데 원인이 있다. 오랫동안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도 보건당국이 넋 놓고 있으니 의사 지망생들이 이런 분야를 기피하는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가 더 엉망이 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의료 수가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내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수술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의료진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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