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택시기사-경찰' 삼각 공조..보이스피싱 수거책 4시간 30분만에 검거

최혜승 기자 2022. 8. 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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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자료사진 /픽사베이

“흰색 셔츠 착용, 검정 가방을 든 키 작은 남성을 태운 기사는 회신 달라.”

지난 1일 충남 홍성군의 한 콜택시 회사는 택시 기사들에게 이런 긴급 공지를 내렸다. 경찰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추적 중이니, 이를 목격한 기사는 위치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전파를 요청해 온 건 다름 아닌 보이스피싱 피해자 60대 A씨였다. A씨는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이날 오후 5시쯤 홍성군의 한 마을회관 앞에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만났다.

그에게 1800여만원을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의 머리에는 ‘당했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남성이 거액의 돈을 세지도 않고 황급히 떠났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A씨는 뒤쫓아갔지만, 이미 남성은 돈을 들고 내뺀 뒤였다.

경찰에 신고는 했지만, 피해자는 수거책이 잡힐 때까지 손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거책이 택시를 타고 도주할 것이라고 판단, 군내 콜택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알렸다.

택시 기사 B씨는 홍성군에서 장거리 승객 한 명을 태우고 충북 청주로 향하던 중, 회사에서 내려온 공지를 봤다.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승객을 흘긋 보니, 회사가 전달해온 인상착의의 바로 그 남성이었다. B씨는 그가 수거책이란 사실을 직감하고,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이용해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때부터 경찰과 택시기사의 공조 수사가 시작됐다. 수거책이 가 달라고 한 곳은 청주에 있는 자신의 거주지였다. 홍성경찰서는 B씨에게 청주로 계속 향하라고 지시하며, 목적지 인근에 위치한 지구대 주소를 알려줬다. 공조 요청을 받은 청주 흥덕경찰서도 체포 준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C씨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났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듯 보였다. 수거책을 태운 B씨는 침착하게 차를 몰고 경찰이 말한 청주의 한 지구대로 향했다. 현금 수거책 C씨는 결국 현장에서 미리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 4시간 30분 만이었다.

40대인 C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A씨는 뜯긴 돈을 그대로 돌려받았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공을 세운 콜택시 회사와 운전기사에게 표창과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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