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장관 ARF에서 '담대한 계획' 소개..북한 대표 안광일 대사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대북 적대시정책 비난
박진 외교부 장관은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대만해협,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주요 안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장관은 규칙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다양한 도전 속에서 역내 가장 포괄적인 안보 포럼인 ARF만이 수행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 있음을 평가하고 자유·평화·번영 달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기여 의지를 표명했다. ARF는 아세안 10개국과 남·북·미·중·러·일 등 모두 2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지역안보협의체다.
박 장관의 이날 회의에서 “북한이 올해에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6발을 포함해 모두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다수의 유엔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북한이 핵개발을 고집하는 것은 북한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하고 고립을 초래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도발과 대결 대신에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할 경우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아울러 북한 내 인도적 상황 및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이런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ARF 회의에서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갈등 심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항행 및 상공비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역내 긴장완화와 해양수송로 보호를 위해 해양법 집행기관 간 소통과 협력 증진을 위해 모든 당사국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대만·남중국해 등 국제현안에 대해 ‘힘의 의한 현상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대신해 북한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인도네시아대사 겸 주아세안대사는 북한 핵문제와 역내 안보 현안에 대해 기존 북한의 입장을 다시 한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사는 오커스(AUKUS)·쿼드(QUAD)·파이브아이즈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일방주의적이고 자의적인 행동이 이 지역에서 심각한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이라고 미국을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사는 또 핵무기 고도화 등 국방력 강화에 대해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을 비난하면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사는 회의가 끝난 뒤 ‘어떤 발언을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이 정확하게 말을 해 줄 것”이라며 대답을 피했다.
이날 ARF 외교장관회의를 끝으로 박 장관은 4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15개국과의 양자회담을 소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아세안 외교 데뷔 무대를 마감했다. 박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아세안 관련 장관회의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對)아세안 정책을 격상시키고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프놈펜(캄보디아) |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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