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중·러 면전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용납 안돼"(종합)

김효정 2022. 8. 5. 22: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日이 중·러 겨냥해 쓰는 표현..EAS 회의서 대만문제·우크라 사태 언급
외교부 "굉장히 중요하게 상황 보고 있다는 것"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인사하는 박진 장관 (프놈펜=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2.8.5 ondol@yna.co.kr

(프놈펜=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5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면전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일본 등이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태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자주 쓰는 표현으로, 한국이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가장 절박한 지역·국제정세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서 "특히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 문제, 남중국해 문제, 미얀마 사태 등을 거론했다.

특히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입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 중요하며 역내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해협에서의 지정학적인 갈등은 만약 격화되면 공급망 교란을 포함해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더구나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는 북한의 점증하는 안보 위협을 감안할 때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양안 관계 발전에 대한 아세안 외교장관의 성명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잇단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의 대만관련 발언에 대해 "그만큼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 참석한 박진 장관 (프놈펜=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오른쪽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2022.8.4 ondol@yna.co.kr

그는 전날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왕이 외교부장이나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는 달리 대만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캄보디아로 출국하며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났을 때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언급만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질서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으로 유엔 헌장의 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존중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대화와 평화로운 수단을 통한 사태의 조속한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과 필리핀 간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선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가 규칙기반 해양 질서에 중대한 도전을 야기한다"며 "법의 지배와 규칙 기반 질서 유지를 위해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선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하고 단합된 국제사회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EAS 차원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AS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전략적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만해협 위기 고조 상황을 비롯해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한 각국의 활발한 입장 개진이 이뤄졌다.

이런 회의에서 박 장관이 정세 현안과 관련해 '규칙기반 질서 유지'와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 보다 가까이 다가갔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이) 규칙기반 질서 수호에 기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했다"며 "오는 11월 EAS 정상회의에서 평화와 안정 및 번영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iki@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