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살아있는 법' 이론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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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이 활화산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사상 두 번째 '재판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한정위헌 결정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재점화한 것이다.
헌재가 1956년 '해석적 기각판결(한정합헌 결정)'을 통해 법원의 법 해석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자, 대법원이 이를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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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화산이 활화산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사상 두 번째 ‘재판취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대법원의 재판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사법권 독립 침해”라며 반발했다. 한정위헌 결정을 둘러싼 헌재와 대법원의 갈등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재점화한 것이다.
기자가 만난 한 법조인은 이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경쟁 관계에 있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한정위헌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으면 대법원은 보다 신중한 법 해석을 내놓게 되고, 헌재의 권한도 지금 수준에 그쳐야 법원의 재판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갈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강조하며 “내가 헌재와 법원 모두에 몸담아봐서 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에 더해 개헌이나 입법 없이 갈등을 해소한 이탈리아 사례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헌재와 대법원도 법률 해석 권한을 둘러싸고 우리와 유사한 갈등을 겪었다. 헌재가 1956년 ‘해석적 기각판결(한정합헌 결정)’을 통해 법원의 법 해석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자, 대법원이 이를 독립성 침해라며 반발했다. 이어 헌재의 해석을 거부하고 법원의 해석을 고수했다. 그러면 헌재는 그 법원의 해석에 다시 ‘해석적 인용판결(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갈등은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됐다.
이를 해결한 묘수는 ‘살아있는 법’ 이론이다. 살아있는 법이란, 법 문구뿐 아니라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까지 모두 법으로 봐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탈리아 헌재는 이 법 이론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해석이 존재하는 한 더는 독자적 법률해석을 내놓지 않았다. 법원의 해석이 없을 경우 헌재가 법률해석을 할 수 있지만, 그 해석을 법원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음이 명백해졌다. 법과 법률해석을 분리할 수 없단 대전제 아래, 헌재의 법률(해석) 심사권을 인정하는 대신 법률해석은 법원의 전권임을 명확히 한 방식이다.
한정위헌 갈등을 두고 ‘답 없는 문제’라고들 한다. 어쩌면 답은 아주 가까이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최고 사법기관이 되겠다는 욕망 때문에 ‘정답 찾기’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이지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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