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통증 '변색의복 신경검진기'로 밝혀낸다
변색의복 입고 전신 땀분비 보면서 중추·말초·자율신경계 이상 검진
다리와 허리 통증을 앓는 환자가 상자형 검진 장비에 들어가 눕는다. 몸에 달라붙는 파란색 타이츠를 입었는데 상자 내부에 훈훈한 온기가 돌자 금세 땀이 난다. 상자 내부의 센서가 온몸을 촬영해 컴퓨터로 전송한다. 땀이 나는 곳과 나지 않는 곳의 색이 확연히 달라진다. 땀이 나지 않는 곳의 신경에 이상이 있어 통증을 유발하는 것을 잡아낼 수 있다.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변색의복 방식의 신경검진기’(SCNT)가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에 도입됐다. 외국에서 사용되는, 맨몸 상태에서 시약을 도포하는 발한신경검진 방식이 가지고 있던 사용상의 불편함 및 정확도를 개선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 신경과 박기종 교수는 5일 “SCNT를 도입해 신경계 환자를 대상으로 검진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인증된 변색의복 착용 방식을 통해 만성통증이나 파킨슨 같은 퇴행성 신경계통 질환, 중추신경의 기능장애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 유용하게 적용 중”이라고 밝혔다.
“신경계 질환 중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들은 어지럼증, 손발저림, 가슴떨림, 복합통증, 수족냉증 등 애매한 증상으로 병원을 전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색의복 착용만으로 전신의 땀분비 정도를 평가, 한번에 전신의 신경계 검사가 가능한 신의료기술을 통해 중추신경·말초신경·자율신경계 이상 유무의 검진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신체가 땀을 흘리면 몸에 밀착된 신축성 있는 변색의복이 땀을 흡수하고 흡수한 땀으로 인해 옷의 색상이 변한다. SCNT는 땀방울의 흡수·굴절·반사 등으로 인한 색상 변화 정도를 ‘사람이 땀을 흘린다’는 기준인 1.95㎕/㎠보다 미세한 1㎕/㎡의 정확도로 계산한다. 전신의복을 착용하기 때문에 기존에 시약을 사용했을 때보다 몸에 착색이 되는 부작용이 덜하고, 몸통의 앞쪽 혹은 뒤쪽 한쪽 면만 검사가 가능한 시약을 사용하는 방법과 달리 앞, 뒤, 옆 신체 모든 면을 한번에 검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창원경상국립대병원에서는 2017년 초부터 시약 방식 온도조절발한검진기를 도입해 사용해 왔다. 금년 4월부터는 변색의복 방식이 적용된 SCNT를 도입했다. 주로 땀분비 이상을 호소하는 환자, 파킨슨병 환자, 다발계 위축을 가진 환자 등을 검사하는 데 쓴다.
박 교수는 “초기에 뇌자기공명영상을 통한 구조적 이상이 뚜렷하지 않은 퇴행성 뇌질환(다발계 위축, 파킨슨병)에서도 병의 진행과 함께 땀분비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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