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환자들 덮친 화재 연기..곁 지키다 숨진 '백의 천사'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강정의 기자 2022. 8. 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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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상가건물 3층서 화재
위층 신장투석병원으로 연기 유입
환자·간호사 5명 사망·42명 부상

경기 이천시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42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는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났지만 연기가 4층 신장투석전문의원을 뒤덮으면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와 의료진이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5일 오전 10시17분쯤 경기 이천시 관고동의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40대와 110명을 동원해 1시간12분 만인 오전 11시29분쯤 완전히 불을 껐다. 3층에서 발생한 불길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짙은 연기가 위층에 있는 신장투석전문병원인 A의원으로 유입됐다.

A의원에서는 60대 남성과 70대 여성, 80대 남성 2명 등 고령의 투석환자 4명과 50대 여성 간호사 1명 등 5명이 연기를 흡입해 숨졌다. 또 상가 건물 안에 있던 42명도 연기 흡입 등으로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당시 A의원에는 환자 33명과 의료진 13명 등 46명이 있었다.

불이 났을 당시 건물 내 비상벨이 울렸고,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병원 내 환자들은 노약자들이 많았고 신장투석 중인 경우까지 있어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봤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인명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환자들을 대피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간호사 현모씨(50)가 숨졌다. 현씨는 부친의 팔순 잔치를 하루 앞두고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강 소방서장은 “숨진 간호사분은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보호하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합동감식팀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현장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팀은 불은 스크린골프장 1번 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발화 원인은 추가 감식 및 국과수의 조사 후에 판단할 예정”이라며 “전기적 요소 또는 용접 등의 발화로 추정되지만, 작업자의 과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스크린골프장 1번방 내부는 완전 전소됐지만, 나머지 방은 전소가 덜했다”고 했다.

일반 철골조에 연면적 2585㎡ 규모의 학산빌딩에는 음식점, 사무실, 한의원, 스크린골프장, 병원 등이 입주해 있다.

박준철·박미라·강정의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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