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금속활자를 많이 만든 까닭은[책과 삶]
활자본색
이재정 지음
책과함께 | 304쪽 | 1만8000원
인류의 문명 진화사에서 최고 발명품으로 문자가 꼽힌다. 문자만큼이나 중요한 게 활자다. 활자의 발명은 인쇄문화의 혁명적 발전을 낳았고, 지식의 대중화를 가능케 했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앞서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금속활자 유물도 갖고 있다. 또 1377년 청주에서 인쇄했으나 지금은 프랑스 소유인 ‘직지심체요절’(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 1600여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활자본색>은 조선시대 금속활자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특히 잊혀지다시피 한 한글 금속활자를 포함시켜 의미가 크다. 조선 활자는 고려의 빛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고, 한글 활자는 절대 다수인 한자 활자에 밀려 연구마저 부진한 실정이다.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으로 10여년 전 중앙박물관 소장 활자를 연구하던 중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활자를 밝혀내 활자역사를 다시 쓰게 한 전문가다.
조선 왕조 내내 수많은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 태종은 조선의 첫 금속활자인 계미자(계미년에 제작된 활자)를 제작했다. 정조대에는 100만자 넘게 만들었다. 조선에서 활자가 왜 이렇게 많이 만들어졌는지, 활자의 서체를 비롯한 제작 과정, 인쇄된 책과 당시 편집 상황 등을 저자는 살펴본다. 금속활자에 관한 여러 궁금증 해소와 더불어 서구와 조선의 활자문화 비교, 당시 권력의 상징이자 기술력의 집합체인 금속활자를 둘러싼 갖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저자는 조선의 금속활자를 “문자를 새긴 보물”이라 표현한다. 학계와 대중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는 의미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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