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저소득층으로 산다는 것[책과 삶]

최민지 기자 2022. 8. 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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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 304쪽 | 1만6800원

시인 문보영은 에세이 <일기시대>에서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일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고 했다. 일기 쓰기 그 자체를 즐기는 ‘일기주의자’의 일기론이다. 그러나 어떤 일기는 무언가가 되고, 또 될 수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가 그렇다.

마이아 에켈뢰브는 1918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1940년 굴착기 기사와 결혼해 다섯 남매를 두었지만 1957년 이혼했다. 싱글맘이 된 에켈뢰브는 청소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가사 노동도 그의 몫이다. 일기는 1967년부터 1969년까지 약 3년간의 일상과 생각을 담고 있다. 복지 사회 스웨덴에서 저소득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일인지 에켈뢰브는 담담한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문학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하리 마틴손, 알베르 카뮈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에켈뢰브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면서도 에켈뢰브의 시선은 세계로 향해 있다. 그는 푸에블로호 사건과 베트남 전쟁, 6일 전쟁, 68혁명 등 세계 정세를 언급하며 고민한다. 베트남전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한국 전쟁이 끝난 후의 한반도 상황을 걱정하며 “온통 한국 생각뿐”이라고 적기도 한다. 간결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읽기 편하다. 때론 어떤 힘마저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1970년 스웨덴의 한 출판사가 주관한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상으로 나왔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후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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