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서 저소득층으로 산다는 것[책과 삶]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마이아 에켈뢰브 지음·이유진 옮김
교유서가 | 304쪽 | 1만6800원
시인 문보영은 에세이 <일기시대>에서 “무언가가 되기 위한 일기가 아니라 일기일 뿐인 일기, 다른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일기를 사랑한다”고 했다. 일기 쓰기 그 자체를 즐기는 ‘일기주의자’의 일기론이다. 그러나 어떤 일기는 무언가가 되고, 또 될 수밖에 없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가 그렇다.
마이아 에켈뢰브는 1918년 스웨덴에서 태어났다. 1940년 굴착기 기사와 결혼해 다섯 남매를 두었지만 1957년 이혼했다. 싱글맘이 된 에켈뢰브는 청소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가사 노동도 그의 몫이다. 일기는 1967년부터 1969년까지 약 3년간의 일상과 생각을 담고 있다. 복지 사회 스웨덴에서 저소득층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일인지 에켈뢰브는 담담한 문장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문학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다. 하리 마틴손, 알베르 카뮈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에켈뢰브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면서도 에켈뢰브의 시선은 세계로 향해 있다. 그는 푸에블로호 사건과 베트남 전쟁, 6일 전쟁, 68혁명 등 세계 정세를 언급하며 고민한다. 베트남전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 한국 전쟁이 끝난 후의 한반도 상황을 걱정하며 “온통 한국 생각뿐”이라고 적기도 한다. 간결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읽기 편하다. 때론 어떤 힘마저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는 1970년 스웨덴의 한 출판사가 주관한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상으로 나왔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후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역사저널 이어…KBS, 이번엔 라디오 진행에 ‘보수 유튜버’ 발탁
- 민주당 당선인들 ‘명심’ 독주에 견제구...추미애 탈락·우원식 선출 배경
- [종합]“팬들에 돈달라 하겠냐” 길건·홍진경도 분노···끊이질 않는 사칭범죄
- 김호중 공연 어쩌나... KBS “김호중 대체자 못찾으면 KBS 이름 사용 금지”
- “소주 한 병” 尹 발언 풍자한 ‘돌발영상’ 삭제···“권력 눈치 정도껏”
- 사측이 “조수빈 앉혀라”…제작진 거부하자 KBS ‘역사저널 그날’도 폐지 위기
- 이원석 검찰총장 “인사는 인사, 수사는 수사”…사전 조율 여부엔 “말 않겠다”
-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②] 이남순 “여자로서 끝났다” 몸도 마음도 깊숙히 꿰뚫은 그날의 상처
- 늙으면 왜, 다들 손만 잡고 잔다고 생각할까
- “태국 파타야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캄보디아 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