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반려 인간'의 조건부터 고민을[그림책]
앵무새 초록
이향안 지음·오승민 그림
웅진주니어 | 132쪽 | 1만1천원
‘같이 놀 동생이 있으면 진짜 좋을 텐데….’ 외둥이인 은솔이는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던 어느날 은솔이네 엄마는 반려동물을 기르게 해달라며 조르는 은솔이에게 앵무새 한 마리를 선물한다. ‘털 날리고 시끄러운’ 강아지나 고양이보다는 ‘새장에만 얌전히’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말이다.
앵무새 초록이가 들어온 뒤로 집 안에는 전에 없던 생기도 파릇파릇 돋는다. 하지만 초록이는 전혀 얌전하지 않았다. 눈만 뜨면 새장에서 꺼내달라고 몸부림치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어지럽히며, 여기저기 찍찍 똥을 싸놓기 일쑤였다.
“정말 걱정이다. 초록이 날개 좀 봐. 저러다 날겠는 걸.” 초록이의 날개가 자랄수록 엄마의 근심도 커진다. 새는 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하지만 반려조에게 날갯짓은 위험한 행동이다. 좁은 거실에서 푸드덕 날아오르면 이곳저곳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조는 함께 사는 인간을 위해, 자연이 아닌 집 안에서 사는 새 자신을 위해 날개의 일부를 자르는 ‘윙컷’을 하기도 한다. 윙컷을 한 새들은 새장에 가둬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책 <앵무새 초록>은 윙컷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기에 앞서 ‘반려 인간’의 조건을 고민하게 한다. 작가는 자기 경험 속에서 “동물을 인간의 집에 들여서 인간의 생활 방식에 맞춰 살아가게 하는 일 자체가 모순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고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초록이의 종이기도 한 그린칙코뉴어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고 나온다. ‘사람과 잘 교감하고 애교가 많음. 영리하고 눈치가 빠름. 키우기 수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앵무새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음.’ 반려동물을 들일 때 우리는 함께 살아갈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무심코 사람을 잘 따르고 말썽을 부리지 않을 것 등 바라는 점들을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반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윙컷 없이 초록이를 키울 방법을 모색하면서 앵무새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은솔이처럼 인간이 반려동물의 마음을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가 좋은 반려 인간이 되는 시작은 아닐까.
유수빈 기자 soo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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