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12명 중 6명이 조현병..가혹한 운명에 맞선 가족 이야기[책과 삶]
히든밸리로드 - 조현병 가족의 초상
로버트 콜커 지음·공지민 옮김
다섯수레 | 520쪽 | 2만7000원
부모 사이 자녀가 12명이 태어났다. 그중 6명이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1945~1965년의 이야기다. 조현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로버트 콜커는 <히든밸리로드: 조현병 가족의 초상>에서 갤빈 가족을 둘러싼 조현병 이야기를 다룬다.
미국 콜로라도주 히든밸리로드에서 갤빈 가족이 낳아 키운 12명 중 6명이 조현병을 앓았다. 책은 자녀들 사이 반복되는 갈등과 폭력, 화해 그리고 용서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갤빈 가족을 통해 조현병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1960년대 전후 정신의학의 한계와 문제점 등을 포착해냈다.
당시만 해도 조현병의 원인을 가정에서 찾았다. 이른바 ‘조현병을 유발하는 어머니’ 가설이 등장했다. 부모는 양육방식을 의심하는 주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조현병 환자는 가족과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의학자도 있었다. 불필요하게 대형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이들도 많았다.
저자는 조현병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노력도 추적한다. 갤빈 가족은 조현병 원인의 열쇠를 찾으려는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갤빈 가족은 그들의 고유한 DNA 자료를 연구진에게 기증했다. 물론 여전히 조현병의 원인을 둘러싼 견해는 분분하다.
저자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조현병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식하게 된 점”을 의미 있는 변화로 꼽는다.
저자는 한발 더 들어가 조현병 치료제 개발이 더딘 이유까지 가늠해본다. 저자는 “제약사들이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했다”며 “금전적 보상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신 발작을 완화시키는 기존 의약품이 효과도 있었기 때문에 신약 개발의 유인이 적었다”고 분석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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