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친구·의로운 엄마였다"..환자 지키다 화재현장 못 떠난 간호사 애도
“너무 착한 사람이었어요. 모난 데 없는….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병원에 있었던 거겠죠. 바보같이….”
경기 이천시 관고동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간호사 현모씨(50)의 직장 동료 이주남씨(54)는 고인을 ‘바보같이 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1995년부터 3년간 현씨와 같이 간호사로 일했던 이씨는 대학교 선후배 관계로 최근까지 부부동반 모임을 할 정도로 친한 관계였다고 한다.
현씨에게 지금의 남편을 소개한 것도 이씨였다. 이씨는 빈소 앞에 걸린 고인의 사진을 보고는 “둘 다 성품이 너무 좋아서 소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이어 “지난달에 (현씨가) 남편에게 차를 선물했는데 ‘남편이 잘 도와줘서 선물을 줄 수 있었다’고 말해 마음이 너무 이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이씨의 오른손엔 눈물을 닦아낸 휴지 뭉치가 들려 있었다.
현씨는 이날 화재가 발생한 건물 4층에 위치한 투석전문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현씨는 연기가 퍼지는 속도가 느려 대피할 수 있었지만 고령의 환자를 끝까지 돕다가 병원을 탈출하지 못해 끝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씨를 제외한 사망자는 총 4명으로 모두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다.
현씨를 포함한 화재 사망자 4명의 빈소는 이천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됐다. 다른 사망자 1명은 집과 병원의 거리가 멀어 아직 장례식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 빈소 앞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희 이천시장이 보낸 조기가 걸려있었다.
이날 오후6시쯤 장례식장 정문 앞에서 현씨의 아들 정모씨(21)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씨는 “휴가를 나왔는데 아버지가 전화가 와서는 ‘엄마가 몸은 따듯한데 숨을 안 쉰다. 잠꾸러기가 잠을 자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이어 “환자를 돌보다가 돌아가셨다고 들었다”며 “부모님 두 분 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신 분들이라 엄마가 용기를 낸 게 오히려 엄마답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유족들에게 장례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자부담이 원칙이지만 피해자들이 이천시민인 만큼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내일 오전 10시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47kg’ 박나래, 40년 만에 ‘이것’ 착용 “내가 나 같지 않아” (나혼산)
- 尹, 9일 기자회견 유력…대통령실 “할 수 있는 답 다하겠다는 생각”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